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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향기 / 김영승

kiku929 2015. 12. 4. 00:19

 

 

 

 

                                                                                                                           photo by  윤가영

 

 

밤의 향기

 

 

김영승

 

 

 

이 향기

 

이 비 쏟아지기 전날 밤의

이 향기

 

이 향기는

 

나는 죽어 귀신이 된다면

잠깐 이런 향기리라

 

롤러스케이트장 공원

자판기 불빛에다 대고 이 글을 쓴다

 

오늘밤엔

아무도 없어

좋다

 

어둠 속엔 토끼풀

그 위엔 아카시아로군

 

멀리

붉은 네온 십자가

 

대명 뼈다귀 감자탕 네온 간판

 

"이름이 뭐냐?"

포로처럼 나는 물었다

 

"김영승"

나는 대답했다.

 

 

-김영승 시집 『화창』/  세계사,2008

 

 

 

 

 

 

 

 

시 속의 밤의 향기를 그려본다.

내게도 익숙한 그 향기...

 

따뜻하면서 습기 머금은 바람이 부는 늦은 봄밤,

별은 뜨지 않았고

지상의 불빛들 모두가 쓸쓸하게 빛날 때...

죽은 혼이 자기가 있던 곳을 둘러보고 떠날 때처럼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 순간 자신에게 누구냐고 묻는다는 것,

그것은 온전한 자기 대면인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나에게 누구인지를 물었던가

나는 '포로처럼' 두려움이 많은 한 사람과

연민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그러면 나는 불쌍한 나를 가만히 거두어 안아주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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