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윤가영
밤의 향기
김영승
이 향기
이 비 쏟아지기 전날 밤의
이 향기
이 향기는
나는 죽어 귀신이 된다면
잠깐 이런 향기리라
롤러스케이트장 공원
자판기 불빛에다 대고 이 글을 쓴다
오늘밤엔
아무도 없어
좋다
어둠 속엔 토끼풀
그 위엔 아카시아로군
멀리
붉은 네온 십자가
대명 뼈다귀 감자탕 네온 간판
"이름이 뭐냐?"
포로처럼 나는 물었다
"김영승"
나는 대답했다.
-김영승 시집 『화창』/ 세계사,2008
시 속의 밤의 향기를 그려본다.
내게도 익숙한 그 향기...
따뜻하면서 습기 머금은 바람이 부는 늦은 봄밤,
별은 뜨지 않았고
지상의 불빛들 모두가 쓸쓸하게 빛날 때...
죽은 혼이 자기가 있던 곳을 둘러보고 떠날 때처럼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 순간 자신에게 누구냐고 묻는다는 것,
그것은 온전한 자기 대면인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나에게 누구인지를 물었던가
나는 '포로처럼' 두려움이 많은 한 사람과
연민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그러면 나는 불쌍한 나를 가만히 거두어 안아주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