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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김경주

kiku929 2015. 12. 29. 20:44

 

 

 

                                               떨어진 감꽃에는 아릿한 슬픔이 깃들어 있다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

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 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

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김경주 시집『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시선,2006

 

 

 

 

*

 

가끔씩, 참 쓸데없이,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만약 지금 나에게 이 세상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다면 난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뭐, 이런.

그 하고 싶은 말이  이 시에서 나온다.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이 시집의 첫 장에 있는 시인의 말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아들이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수술 전 자궁의 3분의 1만이라도 남겨달라며

의사를 붙잡고 울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비근한 삶에 그래도 무겁다고 해야 할 첫 시집을

이제 잠든 당신의 머리맡에 조용히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시를 읽으면 시인과 그 어머니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