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 / 김영승

kiku929 2016. 3. 16. 00:40



  

                                                                                      photo by 윤가영


김영승



아 소리는

누가 꼬집었든가

칼로 찔렸을 때밖에

내본 적 없는데


나는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군


각목으로

당구 마세 찍뜻 찍혔을 때는

욱 소리를 냈었다

얼굴뼈가 무너졌었다


철갑(鐵甲)같은 살구나무가 알았어 알았어

수피 (樹皮)를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 같다


아 다음엔

이어지는 소리가 없어

좋긴 좋다


아 소리

낼 데 없으면

그냥 내보내면 된다


죽은 이들이

미소 짓는다 하여도


(『현대문학 』 2015년 3월호)



-『2016년 올 해의 좋은 시』중에서 / 푸른 사상





*

아, 소리는 보고싶다는 말

그 다음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가끔은 내가 무엇을 느꼈다고 해도 그것을 글로 옮기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시가 언어의 완성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체로 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 다음엔

이어지는 소리가 없어

좋긴 좋다


아 소리

낼 데 없으면

그냥 내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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