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이도 행 지하철

kiku929 2016. 3. 21. 22:37



오이도 행 지하철



강기원




당신은 한 마리

검은 고래였는지 모른다.

바다를 메운 길 위로 달리는

오이도 행 지하철

같은 당신

그 안에 담긴 나

그렇다

요나를 삼킨 고래는 말이 없고

울부짖는 건 요나뿐이었는데

나를 삼킨 당신도

당신 안의 나도

말이 없다

당신은 분명 한 마리 고래였을 것이다

당신 속으로 선뜻 첫 발을 넣었을 때

맡았던 비릿한 양수 냄새

늑골 사이로 울컥거리며 밀려드는

검고 습한 바람

난 당신의 어디쯤 있는 걸까

아슬아슬하게 궤도를 달리는 당신

의 출렁임, 그 멀미를 견디며

내릴 생각은 없이

그러나 곧 내릴 사람처럼

난 줄곧 당신 갈빋대 하나에

기대 서

당신을 따라 지상에서 지하로

지하에서 바다로 달린다

어디에선가 당신은

파도가 그리운 패총 같은 사람들을

뱉어 내고 다시

캄캄한 도시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당신의 , 우리의 오이도는 어디에 있는가



*강기원시집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 민음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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