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행 지하철
강기원
당신은 한 마리
검은 고래였는지 모른다.
바다를 메운 길 위로 달리는
오이도 행 지하철
같은 당신
그 안에 담긴 나
그렇다
요나를 삼킨 고래는 말이 없고
울부짖는 건 요나뿐이었는데
나를 삼킨 당신도
당신 안의 나도
말이 없다
당신은 분명 한 마리 고래였을 것이다
당신 속으로 선뜻 첫 발을 넣었을 때
맡았던 비릿한 양수 냄새
늑골 사이로 울컥거리며 밀려드는
검고 습한 바람
난 당신의 어디쯤 있는 걸까
아슬아슬하게 궤도를 달리는 당신
의 출렁임, 그 멀미를 견디며
내릴 생각은 없이
그러나 곧 내릴 사람처럼
난 줄곧 당신 갈빋대 하나에
기대 서
당신을 따라 지상에서 지하로
지하에서 바다로 달린다
어디에선가 당신은
파도가 그리운 패총 같은 사람들을
뱉어 내고 다시
캄캄한 도시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당신의 , 우리의 오이도는 어디에 있는가
*강기원시집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 민음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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