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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잡무는 없다-파주 적서초
한때 ‘클릭 교사’(주어진 영상 교재만 수동적으로 클릭하며 수업하는 교사)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 대세는 ‘모니터 교사’란다. 교재 연구 하느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온종일 공문 처리하느라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단다.
현장 교사들을 만나보면 가장 고통스러운 일로 공문 처리를 꼽곤 한다. 민통선에 인접한 시골 학교라고 예외가 아니다. “적은 교사로 도시 학교와 똑같은 양의 공문을 처리하려니 더 벅차다”라고 경기도 파주 적서초 김상숙 교장은 말했다. 그녀가 전에 있던 도시학교(경기도 광명)에서는 부장 교사 12명이 하던 일을 이 학교에서는 평교사 6명이 아이들 가르치는 짬짬이 나눠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사서·원어민 교사까지 합쳐 교사 1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에 회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시사IN 안희태 적서초등학교 김상숙 교장(가운데)은 교사들과 메신저로 소통하기를 즐긴다. 어쩌다 모일 때면 교장이 손수 장만한 간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날 메뉴는 찐 감자였다. |
대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일이 있을 때는 메신저를 적극 활용한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날도 즉석 미팅이 벌어졌다. 김 교장이 ‘3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잠깐 모이자’고 교사들에게 쪽지를 날렸다. 이날의 주제는 다음 날 있을 체험학습 일정을 조정하는 것.
공문 처리는 교감이 중심이 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교사들이 수업하다 말고 학교 공문을 챙겨야 했던 관행도 사라졌다. 박성애 교사는 “오전에 떨어뜨리고 오후까지 처리해달라는 공문도 많다. 국감 자료 같은 건 특히 심하다. 그러면 부득이하게 수업을 딴 사람에게 맡기고 공문 작성에 매달리곤 했는데 지금은 교감 선생님이 그런 걸 다 처리해준다”라고 말했다.
교사가 직접 출장을 가는 일도 없앴다. “우리 학교에서 경기교육청이 있는 수원까지 왕복 4~5시간이 걸린다. 파주교육청까지도 왕복 2시간은 걸린다. 일반 교사가 출장 한번 다녀오려면 수업 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김조원 교감은 말했다. 그래서 교장·교감이 그 일을 대신 맡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교육청에 모인 다른 학교 교사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한다. 어떤 교사는 “교장(교감) 선생님이 왜 이런 자릴 오셨느냐?”라고 대놓고 묻는다. 이럴 때면 겸연쩍기도 하지만 자신은 원칙이 분명하기에 웃어넘기고 만다고 김상숙 교장은 말했다. “교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는 원칙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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