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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병원에 입원중이다. 세상이 좋아진 것은 병원에서도 택배로 필요한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세 권 주문했다. 《밤은 책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김종삼 시선》 이번에 주문한 세 권의 책은 모두 마음에 든다. 사랑스러운 아가가 빨리 자라는 것이 아깝다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아끼며 읽고 싶은 책이다. 요즘은 문태준 시인에게 빠져서 지낸다. 제주도로 거주를 옮겼고 그곳에서 귤농사와 카페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제주도에 가면 꼭 그 카페에 들르리라 다짐한다. 처음부터 문태준 시인은 좋아했지만 지금 좋아하는 것은 그때와 다르다. 그 언어 하나 하나, 한글이 이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일 수가 있구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문장들을 손으로 쓰다듬게 된다. 문태준 시인의 글은 한 ..

2022.11.25

작별 인사 / 김영하 (복복서가, 2022)

이 책의 1판 1쇄가 2022년 5월 2일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은 1판 5쇄 2022년 6월 10일. 이 정도면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안쓸신잡이나, 팟캐스트, 그리고 대중 매체를 통한 강연 등등이 소설가 김영하를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리는 데 일조를 한 듯 싶다. 개인적으로 나역시 좋아하는 소설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것이 없다. 김영하를 소설을 통해서보다는 다른 매체를 통해 그의 면면을 좋아하게 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의 박학다식함과 그에 비해 겸손해보이는 태도, 편안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힘이 있는 말.... 그래서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제부터 이 책을 필두로 소설가 김영하를 알아가려고 한다.

2022.06.14

신형철<<정확한 사랑의 실험>>중 첫 장, '책머리에'를 옮겨본다

나는 해석자다. 해석자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다. 해석은 기술이기 때문에 비평은 직업이 될 수 있다. 해석이란 무엇인가. 해석학 (hermeneutics)이라는 명칭 안에 전령사 헤르메스(Hermes)의 이름이 섞여 잇는 것은 해석이라는 행위의 본질이 전달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해석자는 이미 완성돼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잉태하고 잇는 것을 끌어내면서 전달한다. 그러므로 해석은 일종의 창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유에서 현실적 유를, 감각적 유에서 논리적 유를 창조해낼 수는 있다. 원칙적으로 해석은 무한할 수 있지만, 모든 해석이 평등하게 옳은 것은 아니다. 정답과 오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더 좋은 해석과 덜 좋은 해석은 있다. 이를 ..

201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