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2

말과 행동, 믿어야 하는 것은...

요즘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됨을 알아볼 때,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혼란스러울 때는 상대가 하는 말을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묻고 또 묻는다. 그러나 행동을 진실이라고 믿으면 혼란스러웠던 모든 것이 퍼즐이 맞춰지듯 일사분란하게 순식간에 모든 정황이 설명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좋은 말, 멋진 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그 말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선 결코 안 된다는 것. 내가 믿는 말이 있다. 집안의 하인에게 존경받는 것이 만인에게 존경받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라는 것. 사람은 가까이 겪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얼굴..

단상 2022.03.25

봄비 내리는 한밤중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이 포근하여 주변을 걷다가 들어왔다. 오늘은 미니 장미를 심었다. 꽃을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꽃 앞에서는 나의 그런 다짐은 쉽게 무너진다. 집에돌아와 냉장고정리를 하며 강신주 철학자의 강의를 들었다. 어디가 아프신지 많이 야위어서 안타까웠다. 오래전에 이분의 책은 거의 다 읽었을만큼 좋아했다. 하루하루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조금씩 조금씩.. 역시 나는 내가 한동안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던 만큼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 기쁘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었고 아직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봄비... 이렇게 또 봄이 오는구나.

단상 2022.03.18

우리집

어젯밤 비가 내렸는데도 날씨가 포근하다. 후리지아가 피어나는 화분들을 밖에 내놓았다. 사람들이 지나다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 가게 앞의 길목에서 우리 가게가 꽃으로 가장 환하다. 요즘은 마음이 평화롭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내가 살고 있던 주변을 처음 둘러보는 사람처럼 바라보게 된다. 거실도 부엌도 침대도 그리고 창밖의 경치도... 이곳에 이사를 온지 이제 8개월... 나는 지금 집이 마음에 든다. 개발지역이라 외지고 낙후된 곳이지만 한적해서 좋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다. 30년 넘게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서만 살다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병원도 은행도 마트도 집 앞에 없다는 것이 적응이 안 되었지만 이제는 점점 편리해져간다. 우리 아파트 바로 옆, 그러니까 경계선에 ..

단상 2022.03.13

꽃씨를 뿌리고

작년에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모아놓은 코스모스를 화분에 뿌렸다. 그리고 풍선초, 백일홍, 나팔꽃 씨도 심었다. 꽃씨를 심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미리 심어두는 일, 그처럼 확실한 미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기다린다는 것은 무얼까.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기다림. 아아, 인간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런 건 인간 생활에서 겨우 1퍼센트를 차지할 뿐인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p119 꽃씨를 심은 일은 1퍼센트의 행복을 위해 99퍼센트를 기다리겠다는 다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다리는 나날이 좋은 날을 위한 것이기에 기다리는 99퍼센트도 ..

단상 2022.03.09

사랑이란,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고미속 선생님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가슴에 새긴 구절이다. 삶을 선물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라는 논어에 나오는 '愛之欲基生'이라는 말과도 통할 것이다. 나를 돌아본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랑을 주었는가, 사랑하니까 상대에게 보탬이 된다면 내가 힘들더라도 참아내고 그것을 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기저에는 나의 희생이 전제가 되어야 했지만 삶을 선물한다는 것은 보다 다른 차원이 아닐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 그런 것이 아닐까.

단상 2022.02.25

올해의 키워드

올해 나의 키워드는 '집중'. 자꾸만 흩어지는 기억들, 흩어지는 말들, 흩어지는 계획들... 흩어지지 않게 모으고 집중시키는 일에 전념해야겠다. 우수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겨울 날씨처럼 춥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가 새로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일... 올해 나의 키워드는 그래, '집중'이다. 해보는 거야!

단상 2022.02.23

220218 - 돌아가기

어느 시점에서 나를 놓치고 만 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시점부턴가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다. 내 자신이 눈치를 보는 나약한 사람이 아닐까 나의 장점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나의 단점은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그 어느 시점. 잘 웃는 것이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거라는, 친절한 것이 상대에게 비굴한 행동이라는, 배려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잘보이기 위한 거라는, 그러한 말을 들었을 때다. 그러나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웃지 않는 것으로, 무뚝뚝한 것으로,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것은 하수라는 것을. 어떤 순간, 어떤 경우에도 미소와 친절과 배려는 옳은 덕목이다. 사람 사이에 위 아래는 없으며 서로에게 친절한 관계만이 진정 가깝게 한다는 것을.

단상 2022.02.18

220215 - 희망은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이 글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러니까 지옥이란 '희망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무얼까. 사랑을 하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살아가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관계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끝'이라는 희망조차 없는 지옥인 것이다. 다행이도 우리는 선택할 수가 있다. 깨어있다면 아직은... 희망은 '아직'인 상태니까...

단상 2022.02.15

220214 - 소설 '간사지 이야기'를 읽은 날

어제 오늘 소설 '간사지 이야기'를 읽었다 지은이 최시한은 보령시 청소면 장곡리의 간사지 마을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프로필에 쓰여 있다. 이 책은 몇년 전인가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그 배경에는 나의 고향이 대천이라는 것, 그러나 그때는 처음 몇장을 읽다가 그대로 덮었다. 그닥 책의 내용이 흥미를 끌지 않았을 뿐더러 소설에 마음이 가있지 않을 때였기 때문이었다. 오서산, 대천역, 간사지, 오천항... 내가 아는 지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내가 자란 때와 시대적으로 거리가 있었고 그 배경이 특별하게 소설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도 않았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를 두 번이나 하면서도 이 책은 이사온 집 책장에 몇 권 남지 않은 책들과 함께 꽂혀 있었다. 선물을 한 마음을 봐서라도 꼭 읽어야 ..

단상 2022.02.14

2121년 마지막 달의 첫날

어찌어찌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이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 가게 앞 도로의 길이가 400미터 정도 되는데 카페가 네 군데다. 올해 두 군데가 생긴 것이다. 백미터에 하나씩이라니. 더구나 상권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정도의 역할 정도가 전부인 이곳에 나눠먹을 것도 없음에도 자꾸만 생긴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큰딸이 해준 말이 있다. 영원한 단골은 없다고... 그 말을 늘 염두에 둔다. 그래서 단골이 오다 안 온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한동안 오지 않다가 다시 온다고 해도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오늘 찾아준 손님이 중요할 뿐이니까. 그러나 찐단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몇있다. 뭐랄까, 의리로 오는 손님들이다.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내색..

단상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