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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학교가 실린 기사 <시사in 150 호>

kiku929 2010. 8. 4. 10:09

 

 

 

                            제150호/2010년 07월 31일

 

 

사회ㆍ문화
체벌 대신 장미꽃을 건네는 ‘소통하는’ 교장
교장들이 줄줄이 비리와 학교폭력 스캔들에 휘말린 이때 새로운 교장상을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 ‘군림하는 교장’에서 ‘교사·학생 서포터스’로, ‘소통하는 리더’로 거듭나려 노력하는 교장들을 만나보았다.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 

 

 

 

 

 

우리 학교에 잡무는 없다-파주 적서초

한때 ‘클릭 교사’(주어진 영상 교재만 수동적으로 클릭하며 수업하는 교사)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 대세는 ‘모니터 교사’란다. 교재 연구 하느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온종일 공문 처리하느라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단다.

현장 교사들을 만나보면 가장 고통스러운 일로 공문 처리를 꼽곤 한다. 민통선에 인접한 시골 학교라고 예외가 아니다. “적은 교사로 도시 학교와 똑같은 양의 공문을 처리하려니 더 벅차다”라고 경기도 파주 적서초 김상숙 교장은 말했다. 그녀가 전에 있던 도시학교(경기도 광명)에서는 부장 교사 12명이 하던 일을 이 학교에서는 평교사 6명이 아이들 가르치는 짬짬이 나눠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사서·원어민 교사까지 합쳐 교사 1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에 회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시사IN 안희태
적서초등학교 김상숙 교장(가운데)은 교사들과 메신저로 소통하기를 즐긴다. 어쩌다 모일 때면 교장이 손수 장만한 간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날 메뉴는 찐 감자였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라고 김상숙 교장은 말했다. 이에 올해 초 적서초에 부임하자마자 그녀가 맨 먼저 한 일이 과도한 회의를 없앤 것이었다. 대신 그날그날 전달할 사항은 학교 메신저(쿨 메신저)를 통하기로 했다. 메시지 전달 시간도 1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으로 통일했다. ‘메신저 공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러면서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라고 이 학교 박성애 교사는 말했다. 과거에는 오전 직원회의가 길어지면서 1교시 수업을 빼먹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이런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일이 있을 때는 메신저를 적극 활용한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날도 즉석 미팅이 벌어졌다. 김 교장이 ‘3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잠깐 모이자’고 교사들에게 쪽지를 날렸다. 이날의 주제는 다음 날 있을 체험학습 일정을 조정하는 것.

공문 처리는 교감이 중심이 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교사들이 수업하다 말고 학교 공문을 챙겨야 했던 관행도 사라졌다. 박성애 교사는 “오전에 떨어뜨리고 오후까지 처리해달라는 공문도 많다. 국감 자료 같은 건 특히 심하다. 그러면 부득이하게 수업을 딴 사람에게 맡기고 공문 작성에 매달리곤 했는데 지금은 교감 선생님이 그런 걸 다 처리해준다”라고 말했다.

교사가 직접 출장을 가는 일도 없앴다. “우리 학교에서 경기교육청이 있는 수원까지 왕복 4~5시간이 걸린다. 파주교육청까지도 왕복 2시간은 걸린다. 일반 교사가 출장 한번 다녀오려면 수업 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김조원 교감은 말했다. 그래서 교장·교감이 그 일을 대신 맡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교육청에 모인 다른 학교 교사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한다. 어떤 교사는 “교장(교감) 선생님이 왜 이런 자릴 오셨느냐?”라고 대놓고 묻는다. 이럴 때면 겸연쩍기도 하지만 자신은 원칙이 분명하기에 웃어넘기고 만다고 김상숙 교장은 말했다. “교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는 원칙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