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삶으며 / 서안나 고구마를 삶다 보면 제대로 익는지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쿡쿡 찔러보게 된다 나의 어머니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 세상에 내놓은 잎사귀도 덜떨어진 딸년 잘 익고 있는지를 항시 쿡쿡 찔러보곤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느냐? 차 조심해라 겸손해라 감사해라 고구마 푸른 줄기처럼 휴대폰 밖으로 넝쿨 져 뻗어 나오는 어머니 세상에 사나운 일 벌릴까 봐 40이 넘어도 설익은 딸년 마음과 영혼 병들지 말고 제대로 익으라고 핸드폰 속에서 쿡쿡 찔러보는 어머니 뜨거운 아랫목에서 뒹굴 거리며 알았다고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뜨뜻하게 잘 익어가는 딸년 <다시올문학 >2008년 봄호 (창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