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아네모네

kiku929 2018. 10. 20. 17:28

국민일보

[성지이야기] 세펠라 지역의 들꽃

입력 2010-02-02 17:59
[성지이야기] 세펠라 지역의 들꽃 기사의 사진

어떤 영광보다 귀한 꽃, 그보다 더 소중한 인간

평년보다 따뜻한 이상기후 탓인지 성지의 산하는 일찍 핀 들꽃으로 만발했다. 지금 성지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려면 세펠라 지역을 가야 한다. 지중해안과 중앙산악지대 사이에 위치한 세펠라는 그야말로 꽃들을 대지에 피어오르게 할 천연적인 조건을 갖추었다. 특히 햇볕이 잘 내리쬐는 남향의 산야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성지의 꽃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빨간 백합화이다. 성지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흔한 꽃이다.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마 6:28∼29)

예수님께서 말한 이 흔한 꽃은 바로 빨간 아네모네이다. 이사야가 말한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 같으니”(사 40:6)라고 말한 것도 아네모네를 일컫는다.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는 이렇게 쓰고 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하나의 들꽃에서 천국을, 네 손바닥에서 무한의 공간을, 그리고 한 시간에서도 영원을 보라”

시인이 말한 들꽃 하나에서도 천국을 보라는 구절을 주목해 보자. 한철에 잠시만 피었다 지는 들의 꽃도 인간이 모방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만드시는 창조자의 무한한 손길을 깨닫게 한다. 부귀영화의 최고를 누렸다는 솔로몬의 호화로운 의복도 이렇게 흔하게 핀 들의 백합화만 못하다는 말씀이다. 그러니 하나님이 특별히 아끼시는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을 얼마나 더 돌보시겠는가?

순례 중에 있다면 주님이 말씀하신 이 백합화 한 송이를 손에 넣어보자. 우리는 성지에 널려진 꽃 한 송이에서도 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고 아끼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낄 것이다.

이강근 목사<유대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