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소포 한 뭉치 한손엔 편지
몇통 몇반 작은 글씨는
돋보기 너머 희뿌연 풍경
한참 후 난 대문앞에 놓여있던
아저씨 모자 눌러쓰고서
이 골목 저 골목 누비며
빨간 자전거 타는 아저씰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
숨바꼭질 노는 꼬마 아이들
아 이젠 눈에 띄는
우체통만 보이면 속을 들여다보네
혹시 그 속에 숨어 계실까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아저씨가
기절 할 것 같아요
**
내가 고등학교때 타고 다닌 자전거는 연두색에 하얀 바구니가 달린 예쁜 자전거였다.
친구들은 커다란 어른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내 자전거는 땅에 다리가 닿을 정도의 키작은 자전거였다.
그 자전거가 나의 자전거가 되던 날을 지금도 난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빠가 나를 데리고 어딜 가잔다.
그래서 아빠 자전거 뒤에 타고 아빠 허리를 꼭 잡고서 대천역에 갔는데
화물로 연두색 자전거가 와 있는 거였다.
내 자전거라면서...
아빠가 아는 사람중에 자전거상을 하는 집이 있었는데 내게 선물하기 위해 그곳에서 아빠 마음에
드는 걸로 사오신 것이었다.
아빠에게 난 그때도 어린아이였나보다. 그 귀엽고 앙증맞은 자전거를 고르신 걸 보면...ㅎ
올 때는 아빠는 아빠 자전거, 난 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그 날,
내 삶의 한 페이지에서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그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도 나에게 연두빛은 반짝반짝 빛나던 그 연두색 자전거를
아련히 기억속에서 불러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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