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이경림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내 사랑이네
저 후박나무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그 흔들림 너머 딱딱한 담벼락이 내 사랑이네
온갖 사유의 빛깔은 잎사귀 같아
빛나면서 어둑한 세계 안에 있네
바람은 가볍게 한 생의 책장을 넘기지만
가이없어라 저 읽히지 않는 이파리들
그 난해한 이파리가 내 사랑이네
사이사이 어둠을 끼우고 아주 잠깐
거기 있는 나무가 내 사랑이네
흔들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저 후박나무!
넙적한 이파리가 내 사랑이네
그 넙적한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나무 한 그루가 사랑이라면
그 나무의 잎새와 잎새의 그림자와,
어둠속에 보일듯 말듯한 나무와,
잎새에 머물다간 담벼락과 바람과,
이해할 수 없는 이파리의 흔들림과,
추상화같은 표정...
그 모두가 사랑이 될 수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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