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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遠視) / 오세영

kiku929 2010. 4. 15. 12:54

 

 

 

 

 

 

원시(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 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시집 :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1992년)

 

 

 

 

 

 

늙는다는 것은

모든 것은 멀어진다는 것을 아는 나이,

그러므로 멀리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나이...

 

늙는다는 것은

지나온 멀어지는 아픈 경험을 통해

멀리서 바라볼 줄 아는 마음,

그러면서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비로소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

 

나무처럼 홀로 견딜 수 있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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