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내
박경리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나도....
다음에 태어나면 몸이 부지런하여 농사짓는 일을 좋아하고
흙과 더불어 불평없이 살아가는 남자랑 살아보고 싶다.
아이들이랑 풀벌레, 꽃이름을 불러주며 함께 놀아주고
땅에서 거둔 소박한 밥상에서 행복할 줄 아는 남자...
그런 남자랑 구름이 지나가듯 평화로이 이 세상 다녀갔으면...
덧글: 그러나 지금 우리 남편은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ㅎㅎ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푸레나무 / 김태정 (0) | 2012.03.15 |
---|---|
자반고등어 / 박후기 (0) | 2012.02.05 |
오래된 발자국 / 안도현 (0) | 2012.01.05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0) | 2011.11.30 |
스며드는 것 / 안도현 (0) | 2011.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