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 바닷가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
박주택
날마다 태어나는 여인이 지나간다
여인의 궁둥이는 지금 모퉁이를 밝히고
남자는 우두커니
모퉁이에 남아 있는 빛에 정신을 놓는다
남자는 여인이 짜놓은 즙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 뒤에야
발걸음에 자신을 옯겨놓는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하루 해가 저물고 어스름한 저녁이 몰려올 때를 말한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개와 늑대를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사물이 불분명하고 모호해져 진실이 가려진 순간일 수도 있겠다.
이 시는 참 절묘하게 그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
해의 마지막 저무는 모습을 여인의 궁둥이에 비유하다니...
그 궁둥이가 밝히고 가는 희미한 빛을 모두 빨아들인다음
비로소 밤으로 가는 남자...
개와 늑대의 시간에 남녀가 교차하는 모습,
그것을 이미지화 시킨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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