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독수리 사냥 십계명 / 윤진화

kiku929 2014. 4. 12. 01:27

 

 

 

                                                                                                              다음이미지에서....

 

 

 

 

 

독수리사냥 십계명

 

 

윤진화

 

 

 

1. 구름 위에 걸터앉지 말라.

조울증이 쉽게 전염된다.

 

 

2. 해와 달 가까이 날아가지 말라.

외로운 것들은 건들면 더 외로워진다.

 

 

3. 바람에게 안부를 묻지 말라.

정착하지 못할수록 그것에 간절하다.

 

 

4. 비와 눈을 조심하라.

어느 때, 갑자기 돌변해서 뒤통수를 적실지 모른다.

 

 

5. 특히 시인과 아이들을 조심하라.

순수할수록 망설이는 시간 내내 고통스럽다.

 

 

6. 가급적 무리 지어 다니지 말라.

당(黨)을 지으면 비린 소문과 먹이 때문에 다투게 된다.

 

 

7. 가난하고 외롭고 높게* 지내는 것을 부끄러워 말라.

시간과 공간이 나를 위해 열린다.

 

 

8. 나무에 기대어 배워라.

한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는데도, 먹이를 찾는다.

 

 

9. 사냥감의 목을 단번에 물어뜯어라.

냉정은 서로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

 

 

10. 사냥한 곳을 다시 기웃거리지 말라.

후회가 기다렸다는 듯 웃는다. 그러면 죽는 수가 있다.

 

 

*백석, [흰 바람벽에 있어]에서.

 

 

 

 

 

 

*

얼마전 영화 '설국열차'를 보았다.

꼬리칸에서 살던 주인공이 드디어 엔진이 있는 맨 앞 칸까지 갔을 때

그 엔진을 지배하고 있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때 남자는 말한다. 외롭고 힘들었노라고.

그 남자는 세상 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고 있는 신과 같은 존재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재난이 일어나는 것은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신의 뜻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신의 뜻에는 인간의 고통을 현미경으로 바라볼 수 없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

위로 올라갈수록 <독수리의 십계명>같은 것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

'아바타'라는 영화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자연은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 다만 조화와 균형을 맞출 뿐이다, 라고.

 

*

우리는 조화와 균형이라는 저울의 양 접시 위에 놓여진 개체로서 산다.

 

 

 

 

두서없는 생각들이 뒤죽박죽....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 이병률  (0) 2014.06.25
개와 늑대의 시간 / 박주택  (0) 2014.04.14
마음의 근황 / 김경미  (0) 2014.04.11
흰둥이 생각 / 손택수  (0) 2014.03.30
냉이꽃 / 안도현  (0) 201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