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만 권 판 것이 ‘대박’으로 보이는 … "
[2008 한국의 젊은 작가를 만나다] - 두 번째 손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의 김경주 시인
현재 문단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을 통해 한국 문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2008, 한국의 젊은 작가를 만나다]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된 작가들은 45세 미만의 작가들 중 90년 이후에 등단한 이들입니다. 특히 '2008 서울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편집자주>
사람들은 시와 친하지 않다. 수능을 보기 위해 시를 공부했던 것이 현재의 대중들에게 남겨진 시의 마지막 흔적이고, 윤동주니 김소월이니 하는 시인의 이름과 그들 시의 몇 구절을 기억해 주는 것은 시에 대한 마지막 예의처럼 보인다. 그렇게 ‘입시용’ 시 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늘 사람으로 북적대는 대형 서점에 가더라도, 시 코너만큼 조용하고 작은 곳이 없다. 그것이 한국 현대시의 현실이다.
김경주는 그런 한국 시 문학 속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대박 시인’ 이다. 그리고 실제로 일반 대중들에게 그만큼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젊은 시인도 거의 없다. 말하자면 그는 ‘성공한 시인’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시라는 영역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이룬 것에 멈추지 않고,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 연극도 하고, 실험적인 낭독회도 연다. 그리고 스스로 인디 문화를 지키는 ‘문화 저격수’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동시에 시는 그에게 여전히 ‘성역’이라고 말한다.
김경주가 쓴 책.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 산문집 ,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와 <레인보우 동경> ⓒ 조수빈
그렇기에 그가 생각하는 시와 한국 문학, 그리고 그가 하고 있는 그 많은 활동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7월의 어느 날, ‘시 쓰는 김경주’와 그의 동료들이 운영하는 ‘츄리닝 바람’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츄리닝 바람’: 김경주 작가가 속해 있는 자칭 ‘무경계문화펄프연구소’. 공연이나 영화를 비롯한 문화 컨텐츠 기획 아웃소싱을 하거나, 자체 제작을 하기도 한다.)
- ‘2008 서울 젊은 작가 페스티벌’(이하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는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생긴다. 어땠나?
보통 이런 프로그램들이 대개 우리가 해외 작가들을 초대해서 접대하는 형식이 되기 쉽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경우에는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고, 그들 사이에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행사였던 것 같다. 외국 작가 선정도 형식적으로 ‘의뢰’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 같은 곳을 통해 알려졌던 이들을 직접 찾아 초대했다고 들었다. 그 동안 한국 문학은 번역의 문제로 인해, 해외 문학과의 교류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국 문학도 해외에 알려질 텐데, 이런 행사를 통해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 해외 작가들과의 교류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참여했던 해외 작가 중에 ‘어니스 모주간’이라고, ‘유럽 시 낭독 대회’에서 챔피언을 했던 친구가 있다. 말하자면, 시 낭독을 해서 점수를 매기고 상을 주는 대회다. 이들은 낭독회를 할 때 자신의 시 몇 편을 외워서 하나의 짧은 공연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사례를 보고 나니, 국내 낭독회의 시스템도 달라졌으면 하는 욕심이 들더라. 이제 작가들도 낭독회에서 자기 작품을 철저히 외워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단순한 낭독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예술을 결합해 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 ‘젊은 작가 페스티벌’에는 이런 것들을 더 잘 준비해서, 초대 된 해외 작가들에게도 이런 것들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 그런 것들을 통해 한국 문학을 드러낼 만큼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한국 문학이 갖고 있는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게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젊은 작가 페스티벌)는 그런 의미도 컸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정말 한국에도 퀄리티 높은 문학이 많다. 특히 시 같은 경우, 전 세계적으로 시가 살아있는 곳 자체가 많지 않다. 일본만 해도 글 쓴다고 하면 90% 이상이 소설가다. 유일하게 프랑스, 독일, 멕시코가 시를 쓰는데 사실상 프랑스와 독일도 극작가를 병행하는 경우다. 그들은 자신의 시를 희곡 속으로 집어넣어서, 반응이 좋으면 그것들을 엮어서 시집을 내는 시스템이다. 우리와 멕시코만 유일하게 시집을 내고 있다. 이건 세계적으로 굉장한 거다.
김경주 시인 ⓒ 신지혜
- 여러가지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굳이 시를 택했나?
나는 시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순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이제 시는 소위 ‘마니아 문화’처럼 취급되고 있다. 자칫하면 사라질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나는 시를 비롯한 모든 사라져 가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겐 시가 왜 좋고 왜 시를 써야 하는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장르 자체가 멸종되어 간다는 점이 더 가슴 아프고 어떻게 살려나가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 그렇다면 당신에게 시는 어떤 것이고,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시가 언어 예술의 최전방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 자체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시가 최전방에서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 줘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실험적인 시도에 대해 소극적이다. 왜냐하면 시만 써서는 생계가 너무 힘들고, 시를 출판하는 시장 자체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만큼 ‘시적이다’라는 느낌을 잘 알고 있는 곳이 없다. 왜 ‘시적이다’라는 표현도 자주 쓰지 않나. 영화나 연극을 봐도 ‘시적이다’라는 표현을 쓰고, 상황에 대해서도 ‘시적이다’라는 표현을 잘 쓴다. 그렇게 시적인 느낌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낸다면, 그게 어떤 분야가 됐든 시는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시를 영화나 연극이나 인디 문화에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시적인 느낌들을 계속 살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텍스트 역시 살아나갈 수 있다. 안 읽히는 것을 계속 읽히려 하면 오히려 힘들어 진다. 시 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기에, 시는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법이 필요한 거다.
- 속해있는 ‘츄리닝 바람’도 그렇고, 마니아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마니아 문화는 하나의 인종이다. 인종과 문화라는 게 별거 있는가? 하나의 집단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고, 그들이 추구하는 정체성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하나의 인종이 되는 거다. 하나의 다양성 측면에서 인정을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츄리닝 바람’이 추구하는 바도 그런 것이다. 모든 마니아 문화를 지원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함께 가는 것이다. 시도 그런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활동들 안에서 시적인 것을 갖고 가는 것이 나의 목표다.
- 문학은 어떻게 보면 보수적인 분야 중 하나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은 없었나?
왜 없겠나. 안티(Anti)한 시선도 많다. 하지만 문학과 작가, 출판계는 많이 정체되어 있다. 신인이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는, 학력이나 등단을 어디로 했는지까지도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대중들의 시선도 작가라고 했을 때 생각하는 이미지가 뻔하다. 내가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에 대해 저항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연이나 지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을 지원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김경주 시인 ⓒ 신지혜
- 등단을 하고 나서, 무명 시절이 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무얼 하며 지냈나?
그 이야기가 여기저기 많이 하고 다닌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너무 유명해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많은 무명작가들이 그러듯 나도 대필 작가, 야설 작가로 일을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대기업에서 카피라이터도 조금 했었다. 그런데 야설 작가 했던 이야기가 너무 급속하게 퍼져서 좀 당혹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한번은 Daum에서 ‘대박 시인, 알고 보니 전직 야설 작가’ 같은 타이틀로 메인 뉴스로 선정된 적이 있었다. 나는 사실 부끄럽지 않았다. 왜 부끄럽나. 내가 가진 재주로 먹고 살았는데, 창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꼭 그런 말을 해 준다.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다 치고, 설 연휴에 집에 내려가니까 부모님께서 그 뉴스를 보시고 물어보시는 거다. 정말 그 당시에는 고소할 생각도 했었다. 시 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힘은 주지 못할망정 그런 것들로 지치게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10쇄 정도 팔았을 뿐인데 무슨 대단한 ‘대박 시인’이라고, 스캔들 난 것처럼 이야기하니 힘이 빠졌다. .
홍대 '츄리닝 바람'의 작업실에서 새 책 <레인보우 동경>과 관련된 영상을 보고 있는 김경주 시인 ⓒ 신지혜
- 하지만 요즘 같이 시가 안 읽히는 시절에 시집을 10쇄나 팔았다는 건, 대단한 것 아닌가?
소설의 10쇄와 시의 10쇄는 다르다. 시집은 1쇄를 찍을 때 기본 일천 부 이상은 안 찍는다. 소설은 1쇄 찍을 때에 오천에서 만 부 정도 찍는다. 시집의 10쇄 라고 해도, 겨우 만 부다. 이게 ‘대박’인가? 내가 시를 10년을 썼다. 그리고 3년 동안 만 부를 팔았고, 그것에 대한 인세는 500만원이다. 이게 많이 팔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사람들이 시를 더 읽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시집이 기형도 시집 이후에 가장 많은 쇄를 찍었다고 해서, 주목받았던 것도 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기쁘지 않다. 사람들이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독자들이 구입하는 시집들도 여러 가지 시를 짜깁기 해 놓은 소위 ‘컴필레이션 시집’이라는 것도 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 그렇게라도 사람들이 시를 읽으면 좋지 않을까?
그건 시를 죽이는 행위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시집을 사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좋은 시’ 같은 시집들도 나오는데,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한다. 시는 ‘좋게’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잘 쓰는 시’가 중요하지, ‘좋은 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예술로 도덕을 하려고 하나. 영화를 예로 들면, 혹 그 영화가 최악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좋은 작품성을 담보하고 있고 사회에서 반드시 건드려야 하는 부분을 담고 있다면 그건 필요한 거다. 예술은 그렇게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좋은 시의 기준을 정해서 이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맞는 일인지는 의문이 든다.
- 어찌됐건, 현실은 사람들이 시를 안 읽는다는 것이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우선은 현대시가 입시 교육 때 봤던 시랑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시들은 2-30년대의 시들이고, 주제성이 선명하다. 대개 서정성을 강조하거나, 일제 항거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나. 하지만 그런 시 말고, 자아 자체를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는 시들도 있다. 그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 유일하게 이상의 시 몇 편 정도다. 그 시들을 봤을 때 ‘낯설음’을 느끼지 않나. 그런데 현대시에 그런 시들이 많은 거다. 시는 결국 상징이다. 그 상징을 보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자극과 감각에 민감하게 되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고 하기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시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거다.
- 대개 소설은 독자와의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데, 시는 그런 생각이 안 들 때가 많다. 그런 원인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현대시가 추구하는 부분이 소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가 담고 있는 것이 개인의 희열이기 때문에, 그 희열을 같이 느끼지 않으면 당연히 어렵다. 쉽게 말해서 인디 영화를 생각하면 된다. 그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노릴까? 아니다. 하지만 그게 좋아지면, 그것에 미치게 되는 거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에 희열을 느끼면 따라가고 빠져들어야 하는 거다. 그건 시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시 쓰는 사람들)의 문제는 시를 자꾸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다. 시를 그대로 두지 말고 다양한 문화로 전위를 시도해야 한다. 위에서 말했든 그게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김경주 시인 ⓒ 신지혜
- 전화를 받을 때 스스로 ‘시 쓰는 김경주’라고 말했다. 본인의 정체성은 여전히 시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시적인 행동의 전위라고 생각한다. 시는 나에게 성역이다. 그 어떤 것 하고도 타협을 해도, 시만큼은 타협하고 싶지 않다. 내가 생계형 글을 썼었지만, 시를 쓰면서는 절대 출판사와도 대중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시인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굉장히 외경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 ‘시인 김경주’라고 하지 않는다. ‘시를 쓴다’고 하지. 그것도 스스로 ‘시 쓴다’라고 할 때는 내가 이뻐 보일 때나, 시를 좀 열심히 쓰고 있을 때다.
- 산문집도 꽤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행을 담은 이야기던데, 여행을 좋아하나?
여행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할 만큼, 여행을 좋아한다. 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나,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 아니다. 여행 가서 스스로 환기도 하고, 글도 쓰고 하는 거다. 나에게 여행은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다. 여행에 관해선 계획이나 유난 떨지 않고, 일단 조건만 되면 바로 떠난다.
- 여행산문집 <passport>는 내가 읽었던 여느 여행기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여행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 사실 다른 여행기와는 다르게 따라 하기도 힘든 여행이다. 누가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그것도 상선을-를 타고 가나. 일반 사람들에게는 낭만적이거나 로맨틱한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내겐 그게 더 로맨틱하고, 또 무엇보다 (비용이) 싸다.(웃음)
- 그렇게 다녔던 여행 장소 중 어디가 가장 좋았나?
나는 유럽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황량한 곳이 좋다. 고비 사막 같은 곳. 그렇게 황량한 곳에 가게 되면, 뭘 보는 게 아니라 자기 머리 속을 들여다 보게 된다. 사유를 하게 되고, 머리는 더 시끄러워진다. 특히 고비 사막에 가면 꼭 다른 행성의 표면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쌩 떽쥐페리의 <어린왕자>의 배경이 여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김경주 시인 ⓒ 신지혜
- 이야기를 나눠보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다. 올해 계획은 어떤가?
우선 올해는 책이 3-4권 나올 계획이다. 오랜 친구(그는 독립 영화를 찍는 감독이다)와 ‘동경에 관한 76개의 틈’을 소재로 쓴 <레인보우 동경>이라는 여행 책이 곧(현재는 이 책이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나온다. 그리고 무명 작가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도 낼 계획이다.
-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땐 마지막에 ‘어떤 시인이 되고 싶은가’를 질문하려 했다. 하지만 바꿔서 말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글쎄.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무기력한 것 하고, 무력한 건 다르지 않나. 무력한 건 내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견딜 수 있겠지만, 기운이 없고 에너지가 없는 건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무기력해서 못하게 되는 걸 스스로 가장 경계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나의 계획과 앞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무기력하지 않게 지금 일들을 잘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다. 내가 계획한 것들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그는 세상에 대해 긍정적이고, 또 밝은 사람이었다. 인터뷰 내내 분위기를 밝게 해주다 못해 ‘내가 끼여 대화하는 자리에서 30분 이상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던 모습에서는 시인의 이미지나, 그가 글에서 보여주던 감수성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누구보다 한국 문학과 시, 나아가서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많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던 ‘시 쓰는 김경주’는 문화에 대해 경계를 짓는 것에 대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여행도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고, 그가 몸담고 있는 ‘츄리닝 바람’도 ‘무경계문화펄프연구소’다. 그는 끊임없이 다양한 문화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었고, 그 속에 시적인 느낌을 담아내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시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무리한 ‘문화 저격수 김경주’는 이미 경계를 허문 사람이었다. 시를 쓰지만 스스로를 거기에 머무르도록 하지 않는 그의 에너지는, 그가 우려하듯 무기력한 모습으로 지치는 모습은 없을 것 같았다.
어떠한 장르든 소수의 문화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하던 그의 말처럼, 다양성은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논리다. 특히 문화는 한 가지 논리에 지배되다 보면, 쉽게 취약성을 드러내고 만다. 물론 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의 문화에 맹목적으로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누구보다 대중들이 문화에 대해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교류와 적극적인 대중의 관심 속에서만, 한국의 문학은 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경주 작가 프로필>
이름 : 김경주 (1976년 출생)
데뷔 : 2003년 대한매일 (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쓴 책 :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여행 산문집 , 여행 산문집 <레인보우 동경>(공저: 문봉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