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의 지옥 / 유하

kiku929 2016. 6. 22. 09:40



                                                                                                                           낮달맞이 꽃



사랑의 지옥

        - 序詩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유하시인은 시를 '항홀의 캄캄한 감옥'에 비유하고 있다.


시인들 대부분, 시를 쓰는 일은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고통에 쾌락적 요소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시쓰기의 중독성은 그 쉽지 않다는,

그러면서도 자기 만족이 어느 것보다 크다는 데에 있는 듯 싶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쾌락도 커지는 그 이율배반을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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