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씻은 듯이 / 이상국

kiku929 2017. 9. 13. 01:00

 


씻은 듯이




이상국




씻은 듯이,

이 얼마나 간절한 말인가


누이가 개울물에 무 밑동을 씻듯

봄날 천방둑에 옥양목을 빨아 널듯


혹은 밤새 열에 들뜨던 아이가

날이 밝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르튼 입술로 어머니를 부르듯


아, 씻은듯이

얼마나 가고 싶은 곳인가



-《발견》 2017 여름호






'씻은 듯이'라는 말,

정말 

'얼마나 가고 싶은 곳인가'


그러나 나는 그곳이 동경의 장소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나는 갈 것이다.


씻은 듯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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