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되는 밤
김경후
너의 등에서 얼어붙은 창문 냄새가 났을 때
나는 너의 등이 되었지
네가 뒤돌아보지 않는 등
불 꺼진 가로등
그칠까 눈이 그칠까?
너의 등에서 짓밟힌 눈사람 냄새가 났을 때
나는 너의 등뼈가 되었지
붉은 네 심장 감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움츠린 등뼈
그건 세상의 모든 음표로 엮는 너와 나의 새장
하지만 새가 없는 새장
눈이 그칠까 눈이?
너의 등 냄새가 나의 내일보다 달콤했을 때
내가 너의 등뼈가 되었을 때
눈앞은 오직 눈만이 흩날리는 밤
다친 짐승의 피입김 피어오르는 동굴 같은
지금 너의 등엔 눈이 그쳤을까
-『현대시』(2017년 10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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