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왕버들
반칠환
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랴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바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막을 걷도록 하시고,
저로 하여금 물의 감옥에 들게 하신 걸까요
젊은 날, 분노는 나의 우듬지를 썩게 했고
절망은 발가락이 문드러지게 했지만,
이제 겨우 사막과 물이 둘이 아님들 압니다
이곳에도 봄이 오면 꽃을 피우고
물새들이 내 어깨에 날아와 앉습니다
이제 피안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않는 것은
나의 슬픔이 나의 꽃인 걸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2008 시인세계 여름호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혼자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도 같다.
쓸쓸하지만 외로와하지 않는 법을,
온 몸에 휘파람 소리가 휘감겨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가는 법을...
슬픔과 고독의 경계도 무디어져 간다.
내 안에서도 머잖아 꽃이 필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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