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기간 동안 흑인들이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처벌받을 만한 범죄로 간주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매 년, 매 세기동안 흑인여성의 창의력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그림을 그리고 조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마음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노래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다면 상상해 보라. 수백만의 흑인여성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하고 살았는가라는 질문이 나로 하여금 이 에세의 제목을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로 명명하게 한다.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우머니스트 산문집/앨리스 워커/이프 출판사
행동하는 '우머니스트,' 흑인 문학의 대표작가로 유명한 앨리스 워커의 수필집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는 표지부터 남달랐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과 머리에 얹은 흰 꽃들이 화사했고 미묘하게 다른 크기의 눈은 눈물이 고인 듯 투명하게 빛났다. 유색인종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컬러피플'로 퓰리처 상을 받은 그녀의 내면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1944년에 태어난 그녀는 다섯 명의 오빠와 두 명의 언니가 있는 8남매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가난했지만 마음은 부자였고 사랑으로 넘치는 이들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의 증조할머니의 어머니쯤 되는 할머니는 노예로 버지니아에서 조지아까지 아이 둘을 양팔에 끼고 걸어왔다. 그녀의 어머니의 할머니는 인디언이다. 그러나 엘리스는 이러한 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고된 일을 하면서도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가족들이 입을 옷과 이불을 만드는 앨리스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정원의 꽃들은 각기 다른 색깔이지만 어느 꽃의 색깔도 다른 색깔보다 우월하지 않음을 가르쳤다.
“새로운 땅이 일어서게 하라. 또 다른 세상이 태어나게 하라. 하늘에 피투성이의 평화가 쓰여지게 하라. 용감한 2세대가 태어나게 하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장하게 하라. 치유해주는 아름다움과 마지막 주먹을 불끈 쥔 힘이 우리의 영혼과 피 속에 뛰게 하라. 군가가 쓰여지게 하라. 애도가가 사라지게 하라. 사람의 무리가 일어서 지배하게 하라!
[…]나이든 우리의 조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들의 지혜를 간직하고 통찰력을 소중히 여기고 글에 담긴 인간애를 사랑해야 한다.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새악하는 그런 종류의 영웅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깊은 감수성이 있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단지 한번만 그들의 글을 읽어보면 된다.”
약간 두툼한 이 수필집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일기처럼 쓰여진 곳에서는 그녀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도 했고 미국의 역사와 사회분위기 전반에 관한 지식 없이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천천히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저자 앨리스 워커의 삶,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며 그녀가 고민해야 했던 수많은 문제들 어머니의 정신적 유산의 중요성, 여성의 정체성과 글쓰기, 여성 정치 운동 참여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