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만 다른 내 자전거 ^^
모퉁이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고속도로,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리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 테고
하교 길에 그 계집애네 집을 힐끔거리며 바라 볼 일도 없었겠지
인생이 운동장처럼 막막했을 거야
모퉁이가 없다면
자전거 핸들을 어떻게 멋지게 꺾었겠어
너하고 어떻게 담벼락에서 키스할 수 있었겠어
예비군 훈련가서 어떻게 맘대로 오줌을 내갈겼겠어
먼 훗날, 내가 너를 배반해 볼 꿈을 꾸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말이야
골목이 아냐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든 거야
남자가 아냐 여자들이 모퉁이를 만든 거지
한때 안도현 시인을 참 좋아해서 그의 시를 꽤나 많이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시인중의 하나이지만.
이 시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지금 읽어도 참 신선하다.
모퉁이를 이리 멋지게 시로 표현해내다니...
아무리 읽어도 물리지 않는 시.
'안도현다운 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오늘밤은 잠자리에 안도현 시집을 곁에 두고 잠들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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