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별의 속도/ 박남희

kiku929 2010. 3. 28. 17:15

 

 

 

 

 

이별의 속도

 

 

박남희

 

 

구름과 이별한 빗방울이 전속력으로 뛰어내려

제 몸을 부수는 것은 목마른 땅의 간절한 눈빛이

빗방울을 전속력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별의 속도는 마음이다

마음이 버리고 마음이 잡아당긴다

언뜻 보면 지구는 태양이 버린 마음이고

달은 지구가 버린 마음이다

멀어져가는 지구와 달을 끝내 버릴 수 없어

다시 끌어당기는

태양과 지구의 마음을 어쩔 것인가

사람들은 그것을 인력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이다

멀어지려는 것을 끌어당기다보면 어느새 둥근 사랑이 된다

이별의 속도가 제로가 된다

 

 

 

 

 

사랑에는 가까워지든지 멀어지든지 둘 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인연중에는 가까워질 수 없는, 하지만 멀어질 수도 없는 운명적인 만남도 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처음엔 마음을 버리게 되겠지만

어느 순간 그 이별의 속도는 멈추게 됩니다.

마음을 버리면서 서로가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운명은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들만의 궤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더이상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러나 언제라도 바라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이 제로가 되는 이별의 속도인 것입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따금 사랑하는 이와/ W.휘트먼  (0) 2010.04.12
공원 벤치 / 박재희  (0) 2010.03.29
쑥부쟁이 사랑 / 정일근  (0) 2010.03.27
모퉁이 / 안도현  (0) 2010.03.26
첫사랑 / 민영기  (0)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