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 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되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누가 누군가를 걸림돌로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 생에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아주 매우 소중한...
그러니 소중하다는 의미는 자기 안에 상대보다 먼저 걸림돌의 자리를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걸림돌이란 걸 알면서도 기꺼이 걸림돌처럼 군림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그가 나를 걸림돌로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자식들을 보면 안다. 걸림돌이면서 얼마나 당당한지...
그건 부모가 자신들을 걸림돌로 받아주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를 걸림돌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가 누군가의 걸림돌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건 내 안의 자리가 아니라 상대가 내게 내어주는 자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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