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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숲 / 복효근

kiku929 2010. 5. 14. 20:02

 

 

 

   5월의 숲

 

    복효근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내가 저이들과 바람이 나더라도

바람이 나서 한 사나흘 떠돌더라도

저 눈빛에

눈도 빼앗겨 마음도 빼앗겨

내 생의 앞뒤를 다 섞어버리더라도

용서해다오 

세상에 지고도 돌아와 오히려 당당하게

누워 아늑할 수 있는 그늘이

이렇게 예비 되어 있었나니

그대보다도 내보다도

또 그 무엇보다도

내 남루와

또한 그대와 나의 마지막 촉루를

가려줄 빛깔이 있다면 

그리고 다시 이 지상에 돌아올 때

두르고 와야 할 빛깔이 있다면

저 바로 저 빛깔은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저이들이랑 그대와 나와랑

함께 바람이 나버려서

저이들이 길어오는 먼 나라의 강물 빛 아래 누워

서로를 들여다보는 눈빛에서

엽록소가 뚝뚝 듣게 해도 좋겠다

저 숲나무 빛깔로 그대로 저물어도 좋겠다

 

 

 

 

 

이처럼 눈부신 5월의 초록빛에

나의 온 마음을 홀린다 해도 용서해주시길...

내 잘못은 아니라고.

 

혹은 5월의 숲에서 바람이 나

영영 길을 잃는다 해도

그또한 나의 잘못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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