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억한다는 것...

kiku929 2010. 5. 20. 21:05

 

                    

 

 

 

"하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왜 매일 웃고 있어요?"

 

"나에게 좋은 기억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느라고 그러지, 모모야."

 

내 이름은 모하메드지만, 사람들은 나를 어린애 취급해서 항상 모모라고 불렀다.

 

"육십 년 전쯤, 내가 젊었던 시절에 말이야. 한 처녀를 만났단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여덟 달 만에 끝장이 났어. 그런데

육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거든. 그때 나는 그 처녀에게 평생

잊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단다.

사실, 가끔씩 걱정이 됐지.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 많았고, 더구나 기억을 지워버리는

지우개는 하느님이 가지고 계시니, 보잘 것 없는 인간인 내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었겠니?

그런데 이제 안심이구나. 나는 죽을 때까지 자밀라를 잊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자기 앞의 생> 중에서 /에밀 아자르

 

 

 

 

난 내게 좋은 일, 행복한 일, 기쁜 일들이 생기면 내가 먼 훗날 기억하지 못할까봐 불안하다.

물론 기억에 없어도 그 시간들은 분명 나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위안일 뿐...

 

치매를 생각하면 우리가 기억한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느끼게 된다.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다는 것,

추억을 잃고 살아야 하는 일만큼 고통스런 일이 또 있을까...

 

사랑했던 사람, 이름, 행복했던 순간들...

난 정말 내가 죽을 때까지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싶다.

나쁜 것은 다 잊어버리고 좋았던 기억만,

그래서 나도 저 할아버지처럼 매일 웃으며 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