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 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시집 <팽이는 서고 싶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고이 접어 보냅니다.
당신의 마음에 무엇도 건드리지 않고서도 쏘옥 들어갈 만큼,
그래서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가리지 않을 만큼
접고 또 접어 보냅니다.
당신에게 바라는 내 마음, 고이 접어 갖겠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때면 또 한번 접고
야속한 마음이 들때면 다시 또 한번 접고...
그렇게 접고 또 접다 보면
언젠간 활짝 펴도 다치지 않는 날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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