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야생초 편지>중에서 / 황대권 글과 그림 (도솔)
책꽂이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무심코 책장을 넘기니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물자가 귀했을 때 엄마가 우리에게 해주었던 것들에는 모두 정성이 들어 있다.
스웨터를 떠서 입히고 그 옷이 다시 작아지면 엄마는 그 스웨터를 다시 뜯어
뜨거운 김에 쐬어 새실처럼 만들어 다시 실을 보태어 스웨터를 떠주셨다.
한번은 내가 새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다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만 구멍이 났을 때
엄마는 예쁜 강아지 모양의 천을 양쪽 무릎에 덧대어 주신 적도 있었다.
헌 옷을 버릴 때에도 그 옷에서 쓸만한 단추라든가, 레이스라든가 하는 것들은
모두 떼어서 보관해두셨다.
천 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조각보를 만들어 상을 덮기도 하셨고 깨진 그릇에는
선인장같은 것을 심으셨다.
정성이 들어있던 그런 물건들은 또 그만큼의 정을 느끼게 한다.
내가 지금 기억나는 것들도 모두 그런 정성이 들어있던 것들이다.
예쁘고 세련되고 반짝거리는 새 것보다 뭔가 부족한 것을 엄마의 정성으로
대신 채워진 것들이 많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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