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허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얼마나 남았을까...
항상 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파진다.
세상의 모든 인연은 병 속의 사탕을 꺼내 먹는 이치와 같아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느샌가 바닥이 나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알까.
사랑할 날, 따뜻하게 바라볼 날, 함께 있으면 행복한 날,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날,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아프지도 않는 날들이
과연 얼마나 내게 남았는지를...
그러니 그런 날이 올 때는
내 생에 주어진 행복이라는 사탕과 맞바꾼다는 마음으로
정말 소중하게 받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날 중 하나라는 사실도 모르고
야금야금 허망하게 다 먹어버려서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바보가 된다면 슬픈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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