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김종미
도로 위에서 먹이를 찾는 비둘기에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질주할 때
유리창 앞을 아스아슬하게 날아오르는 작은 그것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다가
우리는 둘 다 살아서
결과는 무승부였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진 것이다
나는 오래 너를 기억할 것이고
너는 즉시 나를 잊을 것이기 때문이다
푸드득 날아오르는 것에 대해 질투를 느끼는 하루다
나를 향해 정면으로 질주해 오는 시시비비
멱살을 잡히기 직전 냉큼
그들 지붕 위의 구름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망각
벽에 부딪치는 것은 상당히 로맨틱한 일
이마에서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어떤 탈주의 은밀한 행로를 느끼면서
우리는 들려줘야 할 무엇을 기억하는가
<우리시> 2009, 여름.
시인은 틀렸다.
오래 기억하는 쪽이 이기는 것이다.
인간은 추억을 만들고 또 그 추억으로 먹고 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추억이 없는 삶은 얼마나 황량할 것인지.
우리에게 첫사랑의 기억이 없다면, 청춘의 기억이 없다면
중년이 된 지금 이만큼 풍요로울 수 있을까.
시간은 분명 한 점 한 점 존재하며 흘러간다.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한 그 시간은 현재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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