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늘 / 이상국

kiku929 2010. 9. 25. 08:57

 

                     

 

 

 

그늘

 

 

이상국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강가에서 새들은 날아가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악착같고 또 쪼잔하다

그걸 혼자 버려두면 가엾으니까

누가 뭐라던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늘이다

 

 

 

 

 

응달에 피어있는 작은 꽃,

잊고 싶은 흘러간 기억들,

지금은 쓸모없게 된 손때묻은 잡동사니들...

 

무언가에 버려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난 그들의 편이 되어준다.

나라도 곁에 있어주어야만 그들의 세상이 덜 외로울 것 같기에...

 

 

 

 

한계령을 넘어온 동살이 막 부처님에게 비쳐 들고 있었다. 비록 문드러지고 머리마저 잃었지만 부처님은 부처님이다. 그 앞 주춧돌에 올아앉아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라도 그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것이,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만 스쳐 갈 뿐 그 앞에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폐사지 순례는 온전한 것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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