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이상국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강가에서 새들은 날아가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악착같고 또 쪼잔하다
그걸 혼자 버려두면 가엾으니까
누가 뭐라던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늘이다
응달에 피어있는 작은 꽃,
잊고 싶은 흘러간 기억들,
지금은 쓸모없게 된 손때묻은 잡동사니들...
무언가에 버려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난 그들의 편이 되어준다.
나라도 곁에 있어주어야만 그들의 세상이 덜 외로울 것 같기에...
한계령을 넘어온 동살이 막 부처님에게 비쳐 들고 있었다. 비록 문드러지고 머리마저 잃었지만 부처님은 부처님이다. 그 앞 주춧돌에 올아앉아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라도 그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것이,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만 스쳐 갈 뿐 그 앞에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폐사지 순례는 온전한 것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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