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민들레 / 장석남

kiku929 2010. 10. 7. 21:31

 

 

 

 

 

민들레

 

 

장석남

 

 

내가 밤늦도록 붙잡고 있었으나

끝내는 지워져버리고 만

몇몇 내 마음속 시구(詩句)들,

그 설렘의 따스한 물무늬들을 위한

 

여기 호젓하고 고요한 주소지의

안타까운 묘비명들

 

 

 

 

 

 

얼마전 시가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시상이 봄바람처럼 불어온 적이 있다.

한동안 그 바람을 마음에 가두고 있었는데

며칠 집안일에 쫒기어 잊고 지내다보니

문득 그 바람이 지나가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흔적하나 남기지 않았을까, 점점 심해지는 나의 기억력 감퇴에

쓸쓸해지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했는데

고맙게도 오늘 이 시를 만나게 되었다.

 

마치 나를 위로해주듯이

어디쯤에선가 민들레꽃 피어 있을 테니 상심하지 말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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