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장석남
내가 밤늦도록 붙잡고 있었으나
끝내는 지워져버리고 만
몇몇 내 마음속 시구(詩句)들,
그 설렘의 따스한 물무늬들을 위한
여기 호젓하고 고요한 주소지의
안타까운 묘비명들
얼마전 시가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시상이 봄바람처럼 불어온 적이 있다.
한동안 그 바람을 마음에 가두고 있었는데
며칠 집안일에 쫒기어 잊고 지내다보니
문득 그 바람이 지나가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흔적하나 남기지 않았을까, 점점 심해지는 나의 기억력 감퇴에
쓸쓸해지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했는데
고맙게도 오늘 이 시를 만나게 되었다.
마치 나를 위로해주듯이
어디쯤에선가 민들레꽃 피어 있을 테니 상심하지 말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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