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공지영의 사랑학 강연

kiku929 2011. 9. 17. 08:33

 

공지영 “인생은 컬러, 흑백 영화로 살지 마라”

 

 

치유, 평화 그리고 문학
공지영 작가 찾아가는 한겨레 특강 1회 -이화여대 편

급하게 알렸다고 들었는데 귀한 시간에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한 시간 반 동안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 보자. 오늘 제목이 매우 거창한데, 이런 말 잘 모르고, 작은 이야기들로 편하게 만남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더구나 오늘 여자들만 있는 대학이라 각별하게 하고 싶은 말들도 많이 생각이 난다. 시간이 많으니까 제가 먼저 이야기하고 여러분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져 봤으면 좋겠다.

사실 여러분에게 별로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제가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였다면 이번에 이소연씨가 우주가서 본 별이 이러쿵저러쿵 할 것이고,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이었으면 동물에 대해 말해 줄텐데, 소설이라는게 살면서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니까, 오늘 잘못하면 제 삶에 대한 수사가 될 수도 있고 그럴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 안 하려고 하는데 요즘 몇 번 하다 보니까 의외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는게 상당히 재미있는 것 같다. 제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딸 같은 여러분들 만나다 보니까 부담이 덜 한 모양이다.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제가 그 책에서 쓰고자 했던 이야기들, 뒷이야기들을 해 보고 싶다. 제가 어린 시절을 거의 신촌일대에서 자랐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이미 그린하우스에서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이대생을 봤었고, 고등학교 때는 한 잔의 맥주 정도를 마실 정도 였기 때문에 매우 익숙하다. 오늘 오다 보니까 남자분들이 걸어다니고 있더라. 신촌 옆에 싼 맥주집이 많아가지고 그쪽으로 많이 다녔는데, 이대생들하고 남학생들이 서로 스쳐 지나갔던 기억들이 났다. 그런데 요즘은 남학생들도 많이 다니더라. 이대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땐 연애 문제 고민하면 왕따였다"

제가 여러분 만할 때, 되게 거창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살았다. 반독재, 식민지, 민주화 이런 이야기를 안 하면 지성인 아닌 것 같아서 항상 그런 말들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연애 문제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은 우리가 왕따를 시킬 정도로 한심하게 봤다. 엄마 문제 아빠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사소한 일로 고민하느냐고 구박했다. 그리고 이제 다들 서른이 넘은 후에 보니까 대단히 후회스러웠다. 물론 반독재도 중요하지만 일상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저는 여러분 만할 때 사랑도 해 본적 없었고, 사랑 해 본적이 없으니 이별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위 어머니 세대를 보자. 어떤 시절이었냐면, 동네에서 남자들하고 이야기하는 것 들키기만 하면 바로 결혼해야 된다. 제 시절에는 캠퍼스에서 손잡고 다니는 것 들키면 바로 결혼해야 된다. 구설수 오르느니 결혼하는 게 나았던 것이다. 그 정도로 남녀 간의 교제도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에 우리 엄마 세대들은 우리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우리 엄마 세대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성취에 대해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분들도 일 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의 전문직이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억척스럽게 일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회식과 같은 사회생활이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회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에게도 배울 수 없었고 친구에게서도 배울 수 없어서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남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아버지들은 항상 가부장적으로 하고 그래도 엄마들은 다소곳이 아침 차려오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것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여자들이 일도 하고 사회생활을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어이가 없는 거다. 엄마들은 딸들에게 우리같이 살지 말라고 하고, 아빠들은 아들들에게 우리처럼 살라고 하고. 남녀 간에 항상 불협화음이 많은 세대였다. '나는 네게 다가갈 것이다' 라는 책은 그런 이야기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이 주제로 내가 딸하고도 얘기 많이 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 내가 성공적으로 살지 못했는데 어떻게 딸에게 말을 해 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사람이 할 말이 더 많겠는가 아니면 여러 번 조난당하고 실패한 사람이 할 말이 많겠는가.

"이십대에는 정말 사랑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이십대에는 정말 사랑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물론 책도 중요하지만 실전이 중요한 그런 세대이다. 삼십대 가서 실전 하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까? 주책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이십대 때 이러한 실전을 많이 해 봐야 한다.

딸이 가끔 묻는다. 엄마, 어떤 남자 만나야 하는지 열 자 이내로 말 해 줘. 그러면 좋은 대학 다니고 성실하고 우리 집에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자기 일 제끼고 니 일 챙기는 사람 만나라 그런 말을 하고 싶은데, 다른 얘기를 해 준다. 좀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딸이 충격을 받더라. 이게 정말 중요한데, 비단 남자친구 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끝은 항상 중요하다. 우선 만날 때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잘 보고 헤어질 때 스토킹을 할 남자 아닌지, 깽판 부릴 남자 아닌지 잘 봐야 한다. 헤어질 때도 점잖게 잘 할 것 같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최선을 다해서 만나면 되는 것이다. 만남은 항상 계획된 것이 아니다. 일 년 전에 여기서 나랑 만나기로 한 사람 있는가? 한국에서 들어왔고 여러분들 이대로 왔고 거슬러 올라가면 수 천만 가지의 인연으로 우리가 여기 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만남은 어느 정도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 그러나 헤어지는 것은 우리의 소관이다. 헤어지는 것 자체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지만 어떻게 헤어지냐는 것은 우리의 소관이다. 우리가 여기서 나가서 어떤 남자를 만날지는 모르는 거다. 하지만 헤어짐이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규정하고 훈련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인격과 삶의 총체가 드러나는 것이고 우리의 노력으로 그것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남들에게는 잘 헤어지는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을 해 보니 그런 이야기를 괜히 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잘 못 헤어지는 사람이다. 사실 내 자신이 나에게 잘 헤어져 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우리 자신하고도 또 헤어지는 것이다. 언젠가 죽을 때 모든 것을 놓고 가야 한다. 혼자 죽는 것이다. 아마도 내 육체도 놓고 가는 것이다. 이런 이별도 장기적으로 준비를 해 봐야 하는 것이다. 정말 잘 헤어지는 사람들은 사실 헤어질 일도 없다. 만날 때 잘 해주는 사람은 참 많다. 그러나 헤어질 때 잘 헤어지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니 그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라. 헤어질 때 어떻게 했는지.

"니 자신을 죽도록 사랑해라"

여기 오기 전에 어떤 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저보고 얼굴이 굉장히 밝아지고 예뻐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내가 아까 우리 딸에게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고 어쩌고 이런 말을 했지만 사실 딸과 내 자신에게 정말 해 주고 싶은 말은 니 자신을 죽도록 사랑해라 라는 말이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 요즘 애들 다들 지 잘난 줄 아는데 그런 말을 해 주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로 숭고한 일이다. 여러분들 동생을 사랑하는데 동생이 항상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으면 잘 한다 하면서 그걸 계속 먹이나? 아닐 것이다. 넌지시 이야기한다. 그만 먹고 나가서 걸어보는 게 어떻겠니, 하고. 그리고 항상 술만 퍼먹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 그만 술을 먹고 나가보라고 할 것이다. 계속 술만 먹는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과는 굉장히 다른 이야기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가 오랜 시간에 걸쳐 임상실험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종이 한 장을 주고 가장 중요한 말을 써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근데 그게 크게 두 부류로 나뉘더라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눠주고 시키면 뭐라고 하겠는가? 돈?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한 부류는 '나의 자존심'이라고 썼고 다른 한 부류는 '나'라고 썼다고 한다. 이 분이 오래 연구한 결과 놀라운 것을 발견했는데 나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것과 나를 중요시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다. 나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대개 위선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나의 자존심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이를 위해서 나 자신을 희생시킬 수가 있더라는 것이다. 내가 오늘 내 친구랑 싸웠는데 사실 걔를 굉장히 좋아한다. 근데 자존심 때문에 말을 못하겠다. 나는 저 사람과 화해하고 잘 지내길 원하지만 내 자존심은 그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을 잠깐 억누르고 화해를 하는 것이다.

그때 그 글을 읽고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왔다. 나 스스로도 많은 병, 이를테면 공주병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라 항상 자존심 상한다 이런 말을 많이 해 왔다. 그동안의 일들을 나 자신과 자존심으로 나누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제가 제 딸이나 누구에게 이야기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한다. 네 외모가 어떻든 체중이 어떻든 너는 너 자신을 너무나도 잘 보살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네 엄마도 못하고 너 자신밖에 없다. 너는 너 자신을 위해서 더 먹고 싶지만 사실 숟가락을 놔야 할 때도 있는 것이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친구에게 먼저 화해를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네가 너 자신을 잘 데리고 다니면서 잘 보살펴야 한다. 그것이 네 평생의 숙제다. 이런 말을 한다.

"명품족이 부러운가? 차라리 명상을 하거나 독서를 해라"

제가 이 사실을 좀 더 어렸을 때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여러분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혹시나 싶어 이런 말을 해 본다. 외모라는 것도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형식과 내면은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준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제 딸이 학교에서 친구들이 명품 백을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제가 나가서 보니까 그런 백들이 70만원 정도 하더라. 비싼 것은 천만원도 하고. 지금 제가 걸치고 있는 옷들을 가격을 다 합치면 12만원 정도 한다. 저는 살면서 한 번도 10만원 넘는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근데 주변에 보면 씨이오나 전문직이나 많다. 근데 그 사람들 보면 비싼 옷 입고 다닌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항상 자랑하는 것을 보면 이거 어디서 2만 5천원에 샀다 이런 것이 자랑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명품이라는 것이 대체 뭘까. 저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특히 여성에게. 제가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의 결과를 산출해 봤더니 명품을 산다는 것이 일종의 자기 성취였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재벌 딸들도 아니고 팍팍 샀겠는가? 모으고 모아서 겨우 하나 사고 그랬을 것이다. 거기서 오는 성취인 것이다. 그래서 제가 만난 전문직 여성들은 명품이니 뭐니 신경을 안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분들이 돈도 많고 그렇다. 그런데 그런 것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너무나도 바쁘기 때문이다. 짬이 나면 명상을 하거나 독서를 하지 그런 것이 신제품이 뭐가 나왔나 알아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명품을 통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분은 젊다. 그래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여러분 몸에서 떨어져 있는 것은 투자하지 말라. 소매치기가 와서 찢어버리고 갈 수 있는 것에는 투자하지 말라. 헬스클럽이나 책이나 공부나 이런 것은 누가 뺏어갈 수 없지 않은가. 여러분은 이런 곳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아까 제가 만난 그 씨이오 중에 어떤 분이 있다. 제가 깜짝 놀랐다. 유명한 사람이라 해서 소개를 받았는데 깜짝 놀랐다. 왜 놀랐느냐? 너무 못생겨서다. 나는 여자 외모에 그렇게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다. 근데 진짜 그렇게 못생긴 여자는 처음이었다. 말은 아주 조리 있게 잘 하는 분이었다. 이후 잊어버리고 그 분이 성공하고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그 분을 다시 만났는데 눈이 부셨다. 너무 예뻐진 것이다. 칼을 댄 것도 아니다. 안에서 어떤 광채가 나는 것이다. 그 분이 50대 초반이신데 제가 그때 좀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여러분 나이 때는 70넘은 할머니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러분이 제 나이쯤 되면 100살까지 사는 사람, 심심치 않게 나올 것이다. 여러분이 좀 더 나이 먹으면 여러분들 120세까지 살아 내야 할 수도 있다. 외모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근데 30이 넘어가고 40이 넘어가면 이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성형한 귀부인은 아름다운가?

한 가지 더 이야기하겠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연대 캠퍼스 걸어 다닐 때 남학생들이 데이트신청 했겠는가 안 했겠는가? 안 했다. 주로 술집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4년 통틀어 세 명이 다가온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을 만나게 됐다. 보니까 키도 나보다 작고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왜 나한테는 저런 애만 오는 거야 생각했다. 근데 아마 그 친구는 깊은 상처를 받았나 보더라. 그런데 어느 날 여러분이 잘 아는 어느 포털사이트 사장이 나를 알고 매우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이 나한테 딱지맞은 적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럴 리가 없다고 하여 만나봤다. 그런데 만나보니 그 친구다. 키는 그대로지만 너무 멋있게 변한 것이다. 엄청 못생기고 두꺼운 안경 끼고 그랬는데 지금 보니 안경은 그대로였는데 너무 멋있게 변한 것이다. 그때 제가 생각하게 됐다. 쟤는 왜 저렇게 멋있어 졌을까? 생각해보니까 그 친구가 삶을 매우 잘 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뜻이 아니다.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여자들한테 딱지도 맞고 이 직업 저 직업 전전하면서 아픔을 겪었지만 그것을 잘 끌어안고 이렇게 된 그 친구를 보면서 야, 이 미모라는 것이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사람들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됐다.

학교 다니면서 엄청 예뻤던 친구들이 못생기게 된 친구들도 있고 못생겼는데 귀부인처럼 된 친구도 있다. 재벌 총수들 잘 생겼는가? 그 부인들 예쁜가? 난 그 성형 많이 한 나이 먹은 아줌마들 보면 그걸 예쁜 것이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고민되더라. 얼마나 좋은 것 먹고 잘 지내겠는가? 그런데 아름답지 않다. 여러분들 도 많이 닦은 분들이나 고매한 종교인들 보면 어떤가? 아름답다. 맑고 빛난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다. 왜 저 사람들은 아름다워지고 왜 저 사람들은 좋은 것을 먹고 온갖 좋은 것들을 했을 텐데 왜 아름답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제 미모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한 것이다.

욕심 부리지 않는 것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남들을 위해서 배려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분들 미모는 내면에서 발화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이것들을 붙잡고 여러분들 살아가야 한다. 뭐 성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의 얼굴들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빛나지는 것들을 캐치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마더 테레사와 다이애나 누가 더 행복했을까?

길을 다니다보면 사람들이 물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면 그렇게 대답한다. 사랑이라고. 아까 그 미모 얘기에서 좀 더 비약을 해 보자면 마더 테레사가 사실 얼마나 못생겼는가? 키도 150이 안 되고 쭈그렁한데 그 양반이 가지는 그 품위와 빛을 제가 한 번 멀리서나마 책을 통해서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처음 빈민 활동을 시작할 때 초기 얘기 다 알겠지만 한 번 하면 어느 날 이 분이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나뭇가지 같은 것을 지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의아해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얘가 죽어가고 있길래 왔는데 여러분이 살려주지 않으면 들판에 던져버리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봤더니 나뭇가지가 아니라 앙상하게 마른 어린아이였다고 한다. 물론 결국 죽었지만 그 아이를 수녀님이 돌봐주고 하니까 그 아이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 인도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빈부격차 심하고 아직도 빈민이 많다고 한다. 빈민이 쓰러지면 밤에 쥐들이 와서 그것을 파먹는다고 한다. 그것을 물리칠 기운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마지막에 꼭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수녀님 인생을 사는 동안에 너무 행복했고 저는 행복하게 죽습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 것을 보고 제가 많은 생각을 했다.

우연히 마더테레사와 같은 날에 죽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저랑 같은 나이인 다이애나라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의 결혼식이 전세계에 생방송 됐다. 비단 드레스를 입고 호박같은 마차를 타고 왕자에게 시집을 가고 있었다. 그것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 여자는 가진 것도 없었다. 21살짜리가 영국 왕자에게 시집을 가는데 매우 부러웠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십이 흘러나오는데 그 여자가 우울증이라느니 자살을 시도했다느니 그런 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여자가 이혼을 했는데 영국 왕실의 근엄함과 이 여자의 자유로운 기질이 계속 부딛쳤던 것이다. 결국 이 여자는 교통사고로 마더데레사와 같은 날에 죽었다. 그 여자도 나중에 좋은 일 많이 했고 고군분투 끝에 많은 것들을 얻어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마더데레사처럼 살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같은 날에 죽음으로써 저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저 두 사람의 차이가 뭘까. 그 쭈글쭈글한 마더데레사는 행복해 보이고 다이애나는 그렇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돈 분명히 중요하다. 그렇다고 내 인생 1번의 가치인가?

분명히 돈 중요하다. 그래서 한 번은 정말로 질문을 해 봤다. 100억 가진 사람에게 당신이 가진 것이 돈입니까 숫자입니까. 그랬더니 지금 현재로는 숫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하나 더 물어봤다. 100억 가진 사람과 200억 가진 사람이 무슨 차이냐고 하니까 숫자가 차이난다고 하더라. 중요한 얘기다. 돈이라는 것은 참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1번의 자리에 오르고 싶게 만드는 그런 것 같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있는데 돈만은 항상 배타적으로 오는 것 같다. 돈을 1번에 오는 순간 다른 것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물론 돈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절대로 1번 자리에 가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는 순간 내 인생은 매우 황폐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 꿈 많을 것이다. 이번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라는 책을 내면서 충격을 받았는데 첫째는 제 책 중에서 가장 빠르게 많이 팔려나갔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공지영하고 상관없이 책 제목만 가지고 사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내 딸이 여러분하고 비슷한 세대다. 이 세상에 많은 세대들이 있지만 누구도 돈의 액수를 가지고 그 젊은이들을 규정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 경제학자가 한 번 규정하고 나서 여러분들은 드디어 무슨 세대가 됐는가? 88만원 세대다. 이제 그런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사인회를 가면 학생들이 그런다. 이 책 제목 그대로 책에 써 달라는 것이다. 얼굴을 보니까 애절하다. 여러분 보면 항상 불쌍하다. 우리 부모들은 항상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했지 부자 되라고 한 적 없었다. 근데 여러분들 요즘 내가 서점가서 보면 20대에 1억 버는 방법 10대에 부자가 된 누구 이렇게 하면 성공한가 저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런 것들을 보고 너무 끔찍했다. 여러분들이 이제 내가 의탁해야 하는 세대다. 여러분들이 딱 나의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세대인데, 여러분에게 좋은 말을 해서 잘 살게 하지 않으면 나의 노후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무슨 박애적이라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너무 가슴 아프다"

제가 인터넷에 성공한 사람의 동영상을 봤다. 물론 그 사람은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뭘 성공한 사람인가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 성공이란 무엇인가? 제 생각에 성공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그것을 굉장히 잘 하게 됐고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안철수씨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저는 그 모 당의 비례대표 1번, 그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돈 번 것은 뭐 그래 잘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돈 벌어서 누가 도움을 받았는가?

여러분이 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정말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사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여러분 중에 2%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 지고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그럼 그 사람들은 사실 2%도 아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여러분들에게 성공이라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여러분들이 그토록 원하는 안정. 여러분 같은 세대는 처음 봤다. 어떻게 20대가 안정을 찾지? 우리 땐 웬만한 대학 나오면 취업률 100%였다. 원하면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삼성, 엘지, 이런 기업은 물론이고 은행 보험사 증권 들어가는 것도 굉장히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다 정년제 보장돼 있고 그랬다. 그런데 졸업한지 12년 만에, 97년 아이엠에프가 터지면서 이런 모든 신화가 무너지게 됐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안정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교사들 재임용 언제 강화될지 모르고 언제 그 고시가 재고시 이런 식으로 돼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20대 때 정말로 해야 되는 것은 실패를 해 봐야 한다. 실패를 해 보지 않으면 안정될 수 없다.

내 자랑 좀 하겠다. 대학 때 주로 술집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패거리 친구들이랑 항상 놀았는데 문학을 하고 친했는데 그 친구들한테 항상 구박받으면서도 왜 항상 이들과 붙어다녔냐 하면 이 친구들이 전국 문학상을 휩쓸었었다. 전국 규모로 대학에서 모집을 해서 상금이 엄청 많았다. 친구들이 그래서 항상 아르바이트 안 하고 그런 것들에 매진을 했다. 늘 그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상금 받으면 돼지갈비라도 하나 얻어먹고 또 부러워서 항상 따라다녔다. 그 친구들은 이미 그때 신춘문예에 응모도 하고 그랬다. 나도 그때 응모해서 항상 많이 떨어지고 그랬다. 제가 지금도 어디 심사위원가면 꼭 그런 말을 써 준다. 여기 이 심사위원들도 많이 떨어진 사람들이니 포기하지 말라고. 제가 젊었을 때 만일 상 많이 타고 그랬으면 큰일 났을 것 같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생명력이 없어졌을 것 같다. 모든 힘이 딱딱하고 센 것들은 생명력이 없는 것들이다. 항상 부드럽고 상처도 잘 받고 이런 것들이 생명의 본질이다. 만일 그때 성공하고 그랬다면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런 세월을 못 겪었을 것이고 강하고 겸손하게 되지 못했을 것이다.

"20대에 실패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다"

정말로 20대들에게 제 딸까지 포함해서 당부하고 싶다. 지금 실패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감당이 힘들다. 나의 나이, 후배들 얼굴, 지금이야말로 거꾸러지고 실패하고 실연당해서 길거리에서 다리 뻗고 울어도 봐야 하고 이런 것들을 지금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나중에 너무나 불쌍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고시 같은 것들 연령제한 직전까지 다른 것들을 이것저것 해 보기 바란다. 처음부터 방구석에서 오랜 세월동안 그런 준비만 하고 되고 나서 놀아야지 그러면 안 된다. 여러분 교사가 되기 위해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판사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 아니다. 여러분 멀쩡한 사지육신을 이 세상에서 만끽하고 누리라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꼭 실패해 봐야 한다. 사랑에도 꼭 실패해 봐야 한다. 취직에도 실패해 봐야 한다. 하고 싶었던 일에도 좌절해 보고. 그래서 어느 날 하염없이 배낭 매고 입 딱 다물고 해 보지 않으면 여러분 삶은 이제 흑백영화로 바뀌는 것이다. 영상은 분명히 돌아가는데 다채롭지 않고 그런 것이다.

여러분 초록의 종류도 참 다채롭다. 하늘빛도 항상 다르다. 그런 것들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여러분의 삶은 8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다 벌어도 88만원짜리밖에 안 된다. 실패해도 괜찮다. 여러분들 시간이 많다. 요즘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아 이제 겨우 46살밖에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한다. 여러분들 이 나이에 성공하면 딱딱해진다. 그것은 성공이 아니다.

내가 너무 수다를 많이 떤 것 같다. 여러분들한테 많이 좋은 얘기를 해 준 것은 아니지만 딸들 같고 그래서 노파심에 잔소리를 해 댔는데 어땠는지 모르겠다. 질문을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