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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감수성만이라도....

kiku929 2011. 12. 29. 08:27

 

 

 

 

 

 

 

그토록 분명하게도 부당한 것들의 부당함이 보이지 않도록 가로막는 것이 이른바 이념이라는 것이었을까.

다시 돌아온 취재현장의 아우성과 흙먼지 속에서 나는 난감하였다.

노선과 지향성을 입에 담지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감수성만이라도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사회는 한 시대의 무지몽매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 127쪽 / 김훈

 

 

 

 

 

연이어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네 장의 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열 네살의 어린 아이,

피해자 학생이 너무나 여리고 반듯하고 착하기만 하기에 그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내 가슴도 미어지는 것만 같다.

순수하고 밝게 자라야할 그 나이의 아이들이 왜 그토록 잔인해진 것일까,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이렇게 타락한 것일까...

아이 셋을 이 땅에 맡기고 있는 엄마로서 깊은 한숨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결과론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아이들의 학교 교육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첫번째의 목표가 되었고, 물질 만능주의는 더욱 심화되어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무가치한 일로 치부되는

사회가 되었다.

돈이 인격이고 능력이며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된 지도 오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우리는 그것이 직접적으로 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학교내 폭력이나 왕따, 성추행같은 문제들은 '인간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감수성'만이라도 살아 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왜 고급한 문화 생활을 영위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또 감수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왜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중 사람은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따뜻한 사람으로 다시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줘야 할 일은 어떤 죄에 대한 엄벌이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그러한 감수성을 무의식 속의 메모리칩에 저장시켜주는 일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가해자 학생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더 큰 책임은 우리 어른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린 지금 이 땅의 아이들에게 왜곡된 가치를 심어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것을 방관한 죄를 지은 어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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