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kiku929 2012. 4. 16. 14:50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온한 오후...

커피를 손에 들고 베란다 한 구석에 작은 의자 하나 놓은 채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초록이 내뿜는 숨결 속에서 나를 벗어난 듯한 무심의 순간...

조용하다. 평온하다. 그래, 행복하구나...

나에게 행복이란 이런 잔잔한 일상이다.

햇살이 따스한 봄볕아래 온 몸이 풀어지는 듯 나른해지는 이 느낌...

 

어젯밤 막내가 거실에서 잠을 잔다고 이불을 가져와 자리에 눕는다.

그러고는 " 엄마, 창문좀 열어줘." 하길래 한쪽문을 반쯤 열어줬더니 막내가 말한다.

"산 냄새가 나."

산 냄새... 그 말이 어찌나 이쁘던지...

 

오늘 아침 읽은 책 구절에 나이는 들어도 감성과 감동은 똑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나를 돌아보면 나는 가진 것이 별로 없다.

내 나이쯤의 보통 사람들이 통념적으로 이정도는 갖고 있을 거라는 그런 한도에서도 많이 미달이다.

그래도 난 누구를 만나도 주눅이 들거나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의 나로서도 충분히 좋으니까...

 

빗방울 소리, 떨어지는 꽃잎들, 수시로 변하는 하늘의 표정, 바람이 스쳐가는 촉감,

사계절 다른 높이로 나의 베란다에 다녀가는 햇살들,

그리고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아, 나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벅찬 감동을 느낀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소소한 감성이 아닐까 싶다.

감성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자신만의 세계이며 능력이니까.

그런면에서 난 정말로 축복받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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