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라본 진달래
봄날
박남준
곡우 지나 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끊다가
문득 저만큼 고사리에 눈 어두워
덤불 속 몸 구부려 손 내미는데
찰싹 눈두덩이 아프게도 때린다
바라보니 아아 아기 진달래
나 여기에 꽃 피어 있다고
고사리만 좇던 마음 매질하는데
눈시울 붉히며 주저앉아 목메이는 봄날
산꿩은 무엇에 쫓겨 저리 우는 것이냐
시집<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문학동네, 2007.
*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
거칠게, 험하게, 모질게 살아가면서도 이른 봄이면 언제나 순수하고 여린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진달래.
진달래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삶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
어쩌면 시초부터 하느님은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을 심어놓았는지도 모른다.
바다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배를 만드는 기술보다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라는 말처럼
우리들이 삶이라는 바다를 향하여 의심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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