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1963년 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러나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알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고 알면서도 자꾸만 부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결별의 시간이라는 거... 계절이 오고 감을 감지하듯 인연의 오고 감을 너와 내가 모를리 없으니...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잎 / 박성룡 (0) | 2012.06.11 |
---|---|
부패의 힘 / 나희덕 (애송시) (0) | 2012.06.02 |
4월 이야기 / 하재연 (0) | 2012.05.04 |
봄날 / 박남준 (0) | 2012.04.20 |
물푸레나무 / 김태정 (0) | 2012.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