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낙화 / 이형기

kiku929 2012. 5. 19. 10:23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1963년 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러나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알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고

알면서도 자꾸만 부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결별의 시간이라는 거...

 

계절이 오고 감을 감지하듯

인연의 오고 감을 

너와 내가 모를리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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