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
하재연
세계의 모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며
연인들은 작별한다.
이제 정말 안녕이라는 듯이.
우리는 우리의 리듬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 생애를 낭비한다.
어제는 빙하처럼 얼어 있던 눈이
녹아 흘러가고 있다.
하양이 사라진 만큼의 대기를 나는 심호흡한다.
12월에 만나 우리는
한여름의 이야기를 한다.
아기들은 계속 태어나고 있다고.
응애응애 우는 울음소리는
조금씩은 닮아 있다.
혼자서 태어난 셀 수 없는 아기들의 요람이
지구처럼 흔들린다.
이제 정말 안녕이라는 듯이
4월의 눈이 내린다.
당신의 혀끝에서 하양은 사라지고
낯익은 차가움이 남은 지금.
한때 신기루처럼 매혹되었던 흰 빛은 이제 사라졌다.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것이다.
4월의 눈을 마지막으로, 정말 안녕하면서...
사랑이 잉태한 저마다의 이야기도
우주안을 미아처럼 떠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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