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날 / 박남준

kiku929 2012. 4. 20. 23:51

 

 

 

 

 

                                                                                                    오늘 바라본 진달래

 

 

봄날

 

 

박남준

 

 

 

 

곡우 지나 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끊다가

문득 저만큼 고사리에 눈 어두워

덤불 속 몸 구부려 손 내미는데

찰싹 눈두덩이 아프게도 때린다

바라보니 아아 아기 진달래

나 여기에 꽃 피어 있다고

고사리만 좇던 마음 매질하는데

눈시울 붉히며 주저앉아 목메이는 봄날

산꿩은 무엇에 쫓겨 저리 우는 것이냐

 

 

시집<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문학동네, 2007.

 

 

 

 

 

*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

거칠게, 험하게, 모질게 살아가면서도 이른 봄이면 언제나 순수하고 여린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진달래.

진달래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삶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

어쩌면 시초부터 하느님은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움을 향한 동경을 심어놓았는지도 모른다.

바다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배를 만드는 기술보다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라는 말처럼

우리들이 삶이라는 바다를 향하여 의심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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