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바다
이상백
잘 구운 간고등어 가운데 토막.
한 점 떼어내면
건져 올려지는 어머니 바다
어머니도 그 전날에는 펄펄 튀어 오르는 고등어였다
그물에 걸려
배리를 다 발라내는 뱃자반.
비린내가 단맛이 날 때까지
그 어떠한 염장도 이겨내어
우리 밥상에 올렸다
간고등어 한 점 떼어 밥 위에 올리며
어머니 등 푸른 날들을
먹고 살아온 우리.
엄마는 바다를 건너 왔다.
엄마의 푸른 젊은 날,
힘찬 지느러미와 눈부신 꼬리를 파닥이며 은빛 물결 속을 헤엄쳐왔다.
탱탱한 뱃 속에 흐벅진 아이들 여섯을 담아내고
푸른 살 한 점씩 떼어 먹이며 실하게 키워낸 엄마.
나이들어 남은 거라곤 뼈와 살가죽이 전부였건만
그래도 내어줄 것이 있었는지 종양의 뿌리가 그 안에서 자랐다.
끝내 엄마는 지느러미도 꼬리도 모두 잃어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바다를 건너온 엄마, 산으로 갔다.
엄마는 이제 해마다 아카시아 꽃송이 탐스럽게 피워낸다.
5월이면 그 꽃잎들 난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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