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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잠 / 조병준

kiku929 2010. 1. 9. 11:30

 

 

 

   평화의 잠 

 

 

                                     조병준


1.

내 나무 밑 그 벤치에
누군가 잠들어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그 벤치를 멀리서 서성이며 지키는
작은 나무가 되어보기도 했다


-내가 그대의 건너편에서
그대 벗어놓은 구두와
그대 집 잃은 여름밤을
지킬 터이니, 그대여
편히 잠드시라

2.

아이들은 손뼉 치며 노래하고 있었네
밤이 깊어
일생의 일을 모두 마친 벌레들이
서둘러 불빛 속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오, 신비한 녹색이여
밤이면 한없이 신비한,
불빛에 떠 있는 나뭇잎을 세다가 잠이 들었네
잠든 몸 위로 나뭇잎이 떨어져
내 몸이 나무가 되는
꿈을 꾸었네


노래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돌아가고
나뭇잎 사이의 밤은 투명해져 있었네
어디선가 차가운 물 한 방울, 내 발목을 적셨네

3.

새벽바람이
떨어진 꿈들을 쓸어 모아 지나가면
나는 아직 따뜻한 그 벤치에 누워
잠시 내 몫의 꿈을 꾸어보기도 했다


-언젠가 그대
나무가 되었을 때
그대 발치에 구두 벗고
내 집 잃은 여름밤 그대에게 맡길 때
그대여
내게 편안한 잠 허락하시라 

 

 

 

 

 

난 걷는 걸 좋아한다.

특히 여름밤의 공원을 걷는 걸 제일 좋아한다.

 

포플러 나뭇잎의 탬버린 같은 소리와

하늘에 음표처럼 걸려있는 별들,

하늘의 길을 따라 서서이 이울다 다시 차오르는 달의 시간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땀이 배일 만큼 걷고 난 후

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 올려다보는 밤하늘을 사랑한다.

그 푸른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밤 하늘

지긋이 눈을 감으면 한올한올 미세하게 느껴지는 바람결...

 

바람속으로 또 한 번 여름밤의 풍경이 지나간다.

잠에 들고 싶은 나만의 작은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