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경기의 미래에 대한 상상
윤제림
올림픽 경기 중에 마라톤만큼 단조로운 경기도 없다. 신문 한 장을 다 읽도록 드라마 한 편이 끝나도록
같은 장면이다. 땀 얼룩의 일그러진 얼굴과 뜨거운 대지를 두드리는 나이키 운동화 아니면 검은 맨발. 그
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경기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시 쓰기만큼 쓸쓸한 종목도 드물다. 시의 객석은 선수가족과 동창생들 몇이서
깃발을 흔드는 고교축구대회장 스탠드를 닮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경기의 미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섹스를 보라. 마라톤만큼 시쓰기만큼 단순하고 오래된 경기지만, 아무도 이 경기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
는다.
외로우나 뜨겁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대 오는 길에 등불 하나 걸어둡니다.
내일도 모레도 또 그 다음날도...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 일이 외로워도 견딜 수 있는 건
나의 기다림이 뜨겁기 때문입니다.
미래 또한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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