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폐인
김영승
나는 폐인입니다
세상이 아직 좋아서
나 같은 놈을 살게 내버려 둡니다
착하디착한 나는
오히려 너무나 뛰어나기에 못 미치는 나를
그리하여 온통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나는 늘 아름답습니다
자신 있게 나는 늘 아름답습니다
그러기에 슬픈 사람일 뿐이지만
그렇지만 나는 갖다 버려도
주워 갈 사람 없는 폐인입니다
작년 큰 딸이 도서관에서 문학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는데
오정희의 <중국인 마을>이라는 소설 속 배경에 나오는 동인천 일대의 거리들을
작품 해설과 함께 따라가보는 도보답사였다.
그때 해설을 맡아주신 분이 바로 김영승 시인이었다.
깡마른 체구에 약간 긴 머리, 좀 헐렁해보이는 점퍼와 바지....
첫눈에 봐도 시인이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분이셨다.
그 분을 뵌 적이 있어서인지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주관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적고 있음에도
세상사는 일이 서툴고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이기도 하다.
시를 읽고 있으면 백석시인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가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왜 시인이 아름다운 폐인인지, 혹은
왜 아름다운 페인일 수밖에 없는지를 말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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