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 / 채호기

kiku929 2012. 12. 7. 07:42

 

 

     

 

 

 

편지

 

 

채호기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

소근소근 속삭이듯 가지런한 글자들의 평온함

그러나 그 중 몇 개의 조약돌은

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

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겠죠.

그토록 자제하려 애써도

어느새 평온함을 딛고 삐져나와

세찬 물살을 가르는 저 돌들이

당신 가슴에 억지로 가라앉혀둔 말이었겠죠.

당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심장 속에 두근거리는.

 

 

*채호기 시집/ 손가락이 뜨겁다,문학과지성사.2009

 

 

 

 

 

 

한 남자가 젊은 시절 십년 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했단다.

그동안 여자는 결혼도 했지만 남자는 자기 마음을 어떻게든 전해야만

그녀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십년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는 고백을 남자는 처음으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평온하더라고....

그후 그녀를 마음에서 보낼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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