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고 하면 사람과의 만남 뿐만 아니라 나와 때가 되어 관계를 맺게 되는 그 모든 것을 말할 수 있겠다.
그것은 책이 될 수도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고 동물이 될 수도 있으며, 예전엔 그냥 흘려버렸던 어떤 말이나 글귀가
문득 가슴에 와 닿게 될 때도 마찬가지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새삼 인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요즘 내가 날마다 법륜 스님의 법문과 '즉문즉설'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것과
무관치가 않아서이다.
예전 친한 친구에게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동영상이 좋으니 한 번 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스님이 쓰신 책을 읽기도 했지만 그이상의 별다른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
책에 있는 내용 뭐 그런 거겠지 하는 생각과 뭔가 영상을 보며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것이 거북스럽기도 했었다.
(아마 활자에 대한 지나친 편애였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상원통사님으로부터 법륜스님의 강의에 대해 다시 듣게 된 것이다.
스스로 말하기를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일단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 동영상을 열어보았다.
처음 내가 본 것은 '실천적 불교 사상'에 대한 법문이었다.
그러다가 여기저기 다른 동영상을 아울러 보게 되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현장의 생생함과 재미와 더불어 깨우침이 있었다.
나와 상관이 있는 소재든 아니든 이런저런 동영상을 보면서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은 바로 '관점'에 대한 것이다.
관점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일도 다르게 생각된다는 것을...
내가 어떤 일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어떤 일도 단면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사람의 마음도 한 가지 사실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여러 복합적인 것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관점 또한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오로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자기의 관점에서 쉽사리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래서 그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괴로운 생각에서도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스님의 답변에는 마음을 괴롭히는 일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지를 가르쳐주신다
그것은 상대가 어떻게 해주든 상관없이 자기 마음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예컨데 서운한 마음이 일어날 때 상대가 무언가 해주기를 바란다면, 나의 마음은 상대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기쁠 수도 화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음의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그러면 내 감정은 온전히 상대에 의존되어 있는 것이 되므로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겨 누군가의 위로나 조언이 절실히 필요할 때,
우연하게 스님의 말씀을 접하게 된 것은 나와 인연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였다면 난 끊임없이 의구심을 일으키든가, 아니면 스님의 말에 자꾸만 반문을 하고
따지려 하면서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내 마음에 벽을 세우지 않고 활짝 열어둔 채로 스님의 말씀을 접하게 된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나를 깨우치며 알아듣고 있기 때문이다.
묵은 가지에 새 잎이 돋을 때처럼, 나의 고여 있던 마음에 바람이 불어와 물결이 이는 기분이랄까.
스님의 말씀들이 봄비가 대지에 스미듯 내 마음에 스며든다.
조용하게 보슬보슬내리는 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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