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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나의 밥상, 그러나 행복한...

kiku929 2013. 3. 15. 21:29

 

 

 

텔레비젼을 잘 보지 않는 내가 가끔 보는 프로가 있다면 '힐링캠프'(출연자에 따라서)랑 목요일마다 방송되는 '한국인의 밥상'이다.

그중 한국인의 밥상은 최불암씨의 나레이션도 멋지고 자연의 풍경과 더불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먹거리로 밥상에 올리는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어제는 신안 비금도 편이었는데 시장에 나가보면 섬초라고 불리우는 시금치의 재배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안 소금으로도 유명한 - 요즘 마트에 가면 그곳에서 나온 소금이 꽤나 값이 나간다- 곳이며,

바다에서는 간재미, 새우젓 담는 자디잔 새우들을 건져내는 작은 섬마을이다.

 

척박한 땅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달디단 시금치를 이용한 여러가지 요리들을 보면서 보는 내가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남쪽 지방이라 기온이 낮지는 않은 대신 바람이 많은 섬이라 아마도 시금치가 질감이 좋으면서 달콤한 맛이 나는 듯 하다.

그곳에서는 시금치로 생채도 해먹고 소금을 솔솔 뿌려 구운 삼겹살을 쌈으로도 먹는다.

그리고 간재미랑 함께 초고추장에 새콤달콤 무쳐내기도 한다.

텔레비젼에서 본 비금도는 바다가 있고 밭이 있고 염전도 있어서 몸만 건강하면 누구든 웬만큼은 살 수 있는 곳 같았다.

법륜 스님이 하신 말씀 중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보면 제대로 못배우고 고향에서 농사짓고 사는 친구들은 그냥저냥 밥은 먹고

사는데 오히려 도시에 간 친구들이 고향 땅을 팔아먹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화면을 보다가 아낙네들이 호미로 시금치를 캐는 모습위로 내 모습을 살포시 겹쳐보았다.

그리고 이웃들을 불러서 바다에서 갓잡아올린 싱싱한 잔 새우를 야채와 듬뿍 섞어서 전으로 지져 술 상으로 내 놓고

 (사람들 참 맛나게도 먹는다), 바다 위로는 해가 뉘엇뉘엇 하루가 저물고...

그렇게 사는 나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은 집에서 밥을 먹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장에 가서 원추리랑 깻잎 순이랑, 섬초랑, 봄동이랑, 콩나물을 사왔다.

원추리로는 된장국을 끓이고 나머지는 데쳐만 놓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주말인 내일 식구들이 함께 모일 때 그때 바로 무쳐먹을 생각이다.

난 저녁 된장국에 밥 말아서 전라도 김치랑 먹었다. 소박한 내 밥상이 맘에 쏙 든다.

지금 집안에는 봄 향기가 물씬 풍긴다.

배는 부르고, 봄 나물들은 냉장고에 가득하고, 뭔지모르게 행복감이 밀려온다.

 

얼마전 힐링캠프 한석규 편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석규씨의 대답은 한 마디, 바로  "자연!"이었다. 백프로 공감이다.

사람을 치유해주는 것은 자연이라는 것, 그리고 결국 사람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기적인 주인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품어주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바로 자연인 것이다.

아마도 오늘 저녁 내가 행복한 것도 내가 봄 나물을 다듬고 데치는 과정에서 자연을 가깝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손 끝으로 땅이 보내준 초록잎을 만지는 일, 

땅의 기를 담고 있는 푸성귀를 음식으로 만들고 내 입으로 섭취하는 일,

그것은 자연의 일부와 내가 교감을 나누는 일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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