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그것은 KBS 주말극 <정도전>이다.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개혁을 꿈 꾼 사람으로 조선 개국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다.
그래서 왕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에 흥미가 생겨 보기 시작시작한 것인데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정도전의 유배시절, 그와 함께 살면서 돌봐주는 일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 집 딸인 '양지'라는 처녀를 만나게 된다.
그들(백성)의 사는 모습은 너무도 처참하여 인간의 존엄같은 것은 먹고 사는 일 앞에서는 위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도전은 그녀에게 짬짬이 글도 가르쳐주면서 여자지만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정신적인 스승과 제자가 되고 정도전에 있어 그녀는 <백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다.
그런 그녀가 이성계를 역모로 엮으려는 이인임의 계략에 휘말리게 되고, 그녀는 억울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것을 안 정도전은 실권을 장악하고 자신을 중앙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기 위해 유배를 보낸 정적, '이인임'을
찾아가 무릎을 끓고 제발 그 여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이때 이인임은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릎을 꿇는 사람은 필요치 않다. 내가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을 위해 무릎 꿇는 사람이다."
아!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우리는 아무리 비굴해도 명분이 있으면 참아낼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라는 명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명분,...
그런 명분이 있으면 밥을 동냥하고 발 빝에 엎드려 빌어도 스스로 허물어지진 않는다.
자기의 자존심은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런 수치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형벌이지 않을까?
역사가 흥미로운 것은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각각의 처한 입장과,
그들이 어떤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개연성, 그러면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신념들을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 것은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목숨을 담보로 해도 좋을 만큼인지를...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장기판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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