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사회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을 느낀다.
돈 때문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돈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지 않고 자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같다.
가난에 대한 느낌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그에 대한 상처역시 상대적이다.
국민소득 향상이나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이것이 자본사회의 가장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 달 백만원의 수입이든 천 만운의 수입이든 가난을 느끼도록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본사회의 가장 핵심은 소비,
사회는 알게모르게 소비를 조장하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게 되어 있다.
천 만원 수입의 사람은 그에 맞는 소비를 하게 되고 그 이상을 갈망하도록 구조적으로 얽혀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이 사회 모두가 가난했다.
그때도 가난에 대한 상처는 물론 존재했겠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가난이었을 때이다.
웬만큼 밥을 먹고 사는 정도의 사람들은 삶에 비관적이지 않았고 그런대로 자족하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계층마다 요구되는 삶의 방식이 있고 소비의 패턴이 있다.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도 자신보다 위에 있는 계층의 소비를 닮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소비하는 순간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만원 짜리 옷을 살 때와 백화점에서 십 만원짜리의 옷을 살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소비의 액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의 지위는 함께 향상이 되어간다. 그만큼 나에게 친절하고 대접을 해준다.
부자가 부러운 것은 그들이 그런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광고도 상품자체를 선전하지 않는다.
우아함, 고급스러움, 품격... 이런 것에 대해 동경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상품에는 그러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인식시킨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다 풍요롭기만 하다.
하지만 정작 실제의 삶에서 그런 모습으로 살기는 쉽지가 않다. 어쩌면 광고에게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비현실적인 세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세뇌되어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은 구차하게만 느껴지게
된다. 마음엔 열등감이 생기고 갈망은 한없이 커지는 것이다.
어떤 사회에 살아가면서 그 사회의 체제나 질서, 가치관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 그건 내가 그 사회속에서 가진 자, 있는자.
즉 기득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자신의 사회에 대해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사회에 대해 불편하고 열등감을 갖게 되고 불만스럽다면 그것은 내가 사회에서 이탈된 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대해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거리에서 가능하다.
기득권자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가난이 개인의 전부의 일인 것 마냥...
그리고 사회는 그러한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 사회의 부정적인 면, 부작용의 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제는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을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한 가지의 질문을 하게 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이 사회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부작용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면은 길 거리 어디에도 넘치고 넘쳐난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알게모르게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예술이 아니면 그 누구 그 세계를 조명하고 고발해줄 것인가.
그래서 예술은 영화와는 거리가 먼 치열하고 고독한 투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난.... 배가 불러도 입을 옷이 있어도 몸을 누일 집이 있어도 가난의 상처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가난은 이제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한없이 낮추는 일이 되었다.
왜 우리 사회는 자본사회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안다는 것은 그만큼 무방비적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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