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
약간의 졸음이 있기는 하지만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
금요일 밤은 마냥 풀어지고 싶다.
엄밀히 말해 지금은 토요일이지만 나에게 밤은 언제나 지나간 날에 속하는 것일 뿐이므로...
요즘은 금요일을 '불타는 금요일'을 줄여서 '불금'이라고 부르지만 난 금요일 저녁이 제일 한가롭고 조용하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있을 때마다 수시로 밀려오는 그리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다다.
태어나 오리 새끼가 처음 본 대상을 자기 엄마로 각인하게 되는 것처럼
바다와 가깝게 자란 내 몸 속에는 바다가 각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난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내가 바다에서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까만 밤, 바다는 보이지 않고 파도 소리만 들리는 백사장에 앉아 시간을 잊은 채 하염없이 있는 것...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 속에서 양각처럼 만져지는 나라는 혼자를 손으로 오롯이 느끼며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싶다.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다면 나는 좀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자신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쩌면 자신을 가장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못난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 자신에 대해서는 조금도 속일수가 없다는 것...
신만이 알고 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신은 자신이 되는지도 모른다. 자신에 관한 한 절대적으로...
(말이 옆으로 샜다.) 다시 바다 이야기로...
이쯤이 되면 바다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바다는 지금이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뜨거운 열기, 시끌벅적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후의 고요는 한층 더 적막하고 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서해바다에서 한층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한가지 지금은 춥거나 덥지 않아 바다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어도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 바다에 대한 낭만을 갖고 막상 찾아가게 되면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얼마 머무르지를 못하고 덜덜 떨다가
서둘러 차 안으로 들어와 멀찌감치 구경하게 되는 게 고작이다.
아니면 여름은 그야말로 바다에 빠져들어 즐길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내가 그리워하는 바다의 모습은 아니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난 사람이 왜 이런 사소한 일 하나도 제대로 누리지를 못하고 사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거창한 꿈도 아닌데 때에 맞춰 바다를 보고 단풍을 보고 꽃을 보는 일들, 혼자서 영화보고 비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 먹는 일들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를...
사실은 내가 나를 묶어두는 것이라는 걸 알지만 해마다 그 순간들은 여차여차한 이유,
수시로 만들어내는 수십가지가 넘는 이유로 지나가버리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
인생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내가 한 발 한 발 걷고 있는 이 순간들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한 발을 걸어가는 순간의 즐거움을 놓쳐버린다면 인생의 즐거움도 놓치고 마는 것이라는 걸...
점묘화에서 붓으로 찍은 수많은 점들 하나하나가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처럼...
'글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하는 것은 많을수록 행복하다 (0) | 2014.10.26 |
---|---|
길 위에서 인문학을 배우다 - 근대 문화 유적지 군산을 찾아서 (0) | 2014.10.24 |
<정도전>을 보면서..., 비굴한 일도 누구를 위해서라면 (0) | 2014.02.28 |
소박한 나의 밥상, 그러나 행복한... (0) | 2013.03.15 |
인연에 대하여 (0) | 2013.02.05 |